최근 1집 앨범 ‘플레이(PLAY)’를 발표한 악동뮤지션이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빠 이찬혁(18)과 동생 이수현(15)으로 구성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은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2’ 우승자로 이 프로그램에서 독창적인 창작곡을 여러 차례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 ‘200%’의 톡톡 튀는 가사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침이 깨는 소리 Morning, 바람들은 makes harmony’처럼 의미가 이어지면서도 ‘모닝’과 ‘하모니’라는 발음이 가진 리듬감이 절묘하게 맞다. 악동뮤지션이 이렇게 독특하고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 어 내는 것일까?

 

심심할 때 노래하고 작곡해요

 

악동뮤지션이 개성이 톡톡 튀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놀이로 음악을 접했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음악을 시작한 것. 2008년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몽골로 가기 전에 피아노 학원을 다닌 것 외에 남매는 특별한 음악교육을 받지 않았다. 몽골에 가서도 처음에는 나름 빡빡한 홈스쿨링(학교에 가는 대신에 집에서 부모한테 교육을 받는 것)을 시작했지만, 학업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느린 집에서 마땅한 오락거리가 없었다. 노는 것이 지겨워질 때쯤 찬혁 군이 집에 있던 기타를 연주하고 수현 양은 피아노를 쳤다. 함께 노래를 부르며 음악을 시작한 것. 또래친구들과 달리 음악을 잘하기 위해 서로 견제하거나 경쟁하지 않고, 부모의 간섭이 적은 집에서 아이들은 즐겁게 노래하며 곡을 썼다. 노래를 놀이처럼 즐기면서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자율성과 창의성이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악보를 그릴 줄 모르는 찬혁 군은 1년 동안 54곡을 작사·작곡했다.

 

일상 관찰하기

 

악동뮤지션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다. 특히 노래 가사를 보면 억지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를 그들만의 재치로 풀어냈다.

 

자작곡 ‘다리꼬지마’를 보면 “발가락부터 시작된 성장판 닫히는 이 기분”, 또 다른 자작곡 ‘매력있어’에서 나오는 “겨울밤 뜨끈한 어묵보다 매력 있어” 등의 표현은 누가 들어도 공감할만한 표현들이다.

 

악동뮤지션이 부르는 노래 대부분의 작사와 작곡은 찬혁 군이 맡고 있다. 발랄함이 넘치는 가사와 달리 찬혁 군의 평소 성격은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다. 하지만 사소한 것도 관심을 가지며 관찰하고 자신의 느낌을 글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 때 지은 시를 보자.

 

‘뚝뚝/ 처마 밑에 안간힘으로/ 위태 위태 매달려있다가도/ 끝내 떨어지고 마는/ 빗방울 울음소리’(슬픈 빗소리 중)

 

찬혁 군의 아버지 이성근 씨는 “비 오는 날 처마 밑 고드름을 보고 자신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울고 싶은 고드름이 비를 벗 삼아 몰래 울었다고 쓴 찬혁이의 글을 보며, 사물을 관찰하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풀어내는 데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믿고 기다려주기

 

악동뮤지션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이들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부모의 믿음과 지원이 있었다. 전문적인 영재교육보다는 아이들이 뭔가 시도할 때 격려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땐 함께 고민해주며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었다.

 

수현 양은 “부모님과 함께 모이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자연스럽게 노래를 불렀다”면서 “그럴 때 재밌는 아이디어가 팍팍 떠올라 오빠에게 이야기하면 그 아이디어를 곡에 반영해줬다”고 설명했다.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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