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 믿지 말아야
홍모 씨가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
SNS에는 “지금 내가 세월호 안에 살아있다. 빨리 구해달라”며 이번 사건의 실종자임을 사칭(그 사람이 아닌데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속이는 일)한 유언비어가 떠돌아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또 한 번 큰 상처를 남겼다.
유언비어(流言蜚語)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흐를’ 유(流), ‘말씀’ 언(言), ‘바퀴벌레’ 비(蜚), ‘말씀’ 어(語). ‘흘러가는 말, 해충 같은 말’, 즉 ‘아무 근거도 없는 뜬소문’이란 의미다.
옛날부터 유언비어는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나쁜 영향을 끼쳐왔다. ‘전쟁에선 폭탄보다 무서운 게 유언비어’란 말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에 악영향을 끼친 유언비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언비어를 뿌리 뽑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근거 없는 소문이 불러온 조선인의 죽음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시즈오카·야마나시 지방에서 진도(사람이 느끼거나 건물이 영향을 받는 지진 강도) 7.9급(땅이 갈라지고 집과 다리가 무너질 정도의 강도)의 초강력 대지진이 일어났다. 일명 ‘관동대지진’.
이 지진으로 14만 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지진이 발생한 혼란을 틈타 일본 내에서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불을 질렀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넣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나갔다.
이 유언비어를 그대로 믿은 일본인들은 지역별로 자경단(지역주민들이 도난이나 화재 따위의 재난에 대비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만든 조직)을 만들어 경찰과 함께 조선인들을 학살(가혹하게 죽임)했다. 이때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숫자는 최소 6000∼6600명으로 추정된다.
당시 일본정부는 지진으로 일본인들의 민심이 흉흉해지고 많은 일본인들이 일본정부에 불만을 품기 시작하자 이런 불만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이런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발달로 파급력 더 커져
특히 오늘날은 인터넷과 같은 통신의 발달로 유언비어는 예전보다 더 빠르고 더 넓게 퍼진다.
지난해 여름에는 서울 강남역 일대가 침수(물에 잠김)됐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맨홀에서 물이 분수처럼 솟구치는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퍼졌다. 1분 동안 무려 1만여 명에게 퍼졌고 ‘강남역 침수’가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르며 많은 사람이 놀랐지만 침수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4월에는 경기 연천군에서 남북 간에 국지전(한정된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전투)이 터졌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확인전화를 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몇 년 전에는 일부 누리꾼이 ‘가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퍼뜨렸다. 타블로는 “이 유언비어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아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결국 유언비어를 퍼뜨린 이들은 ‘타블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형을 선고 받았다.
유언비어가 사회에 퍼지면 신뢰가 약해지고 불신이 자리 잡는다. 국민은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고, 정부도 그 불신 때문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어떻게 하면 유언비어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까? SNS에 떠도는 소문을 무조건 믿지 말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공신력 있는 언론사의 확인된 보도나 정부의 발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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