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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다 귀 붙이고 엑소 찬열 됐어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4-04-09 22: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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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사이 유행하는 ‘멤버놀이’

부산의 한 초등학교 6학년 A양은 얼마 전 종이를 하트모양으로 오려 입술에 붙인 채 친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 나온 B양은 ‘요다 귀’를 종이로 인쇄해 귀에 붙였고, C양은 피부가 까맣게 보이는 화장을 했다. D양은 한 손에 버블티를 들고 나왔다. 이들은 왜 이런 모습으로 모였을까? 바로 ‘멤버놀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위해서다.

 

멤버놀이? 초중고생들이 카카오스토리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마트폰 메신저, 온라인 사이트 등을 이용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성격, 말투, 습관 등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가상으로 그 연예인이 되어보는 일종의 연예인 역할놀이다. SNS나 사이버 상에서만 유행이었던 멤버놀이가 요즘엔 오프라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엑소 멤버 카이 역할
A양과 친구들의 모습은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들의 특징을 흉내 낸 것. A양은 별명이 ‘하트입술’인 멤버 디오를, B양은 ‘요다’가 별명인 찬열을, C양은 피부가 까무잡잡한 카이를, D양은 평소 버블티를 좋아하는 세훈을 묘사한 것이다.

 

멤버놀이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연예인이 좋아하는 음식, 방송에서 나와서 한 이야기, 트위터에 남긴 글, 보도된 기사 등을 줄줄이 꿰고 있어야 한다. 문구점에 갔다가 엑소 사진이 있으면 “나 이거 촬영하느라 정말 힘들었잖아”라며 촬영 때 멤버들이 겪었던 일들을 마치 나의 얘기인양 털어놓는다. 자신이 마치 그 연예인인 듯 몰입해 행동하는 것이다.

 

‘멤놀’ 하다 싸움까지

 

멤버놀이.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초등생들은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초등생들은 멤버놀이를 하다가 심한 싸움을 벌이기도 해 문제다.

 

멤버놀이를 하는 초등생들은 스마트폰 메신저 이름을 연예인의 이름으로 바꾸고 이름 뒤에는 ‘멤버놀이 중’이라는 의미로 ‘mn’을 붙인다. 어느 날 TV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온 한 남자 연예인 역할로 멤버놀이를 하던 초등생 E양. E양은 방송에서 남자 연예인이 ‘가상부인’에게 했던 행동이 영 마음이 안 들었다. 그러다 카카오스토리에서 가상부인으로 나온 여자 연예인이름 뒤에 ‘mn’이 붙은 누리꾼을 발견하자마자 다짜고짜 ‘네가 예뻐서 뽀뽀한줄 아느냐’, ‘그게 진심인줄 알았느냐’며 화풀이한 일도 있다.

 

무작정 따라하면 안 돼

 

버블티를 좋아하는 엑소 멤버 세훈 역할
멤버놀이가 그저 놀이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진짜 연예인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얼마 전 카카오스토리에서 크레용팝의 멤버 웨이와 엑소의 멤버 백현이 사귀는 설정으로 멤버놀이를 하는 모습을 본 한 초등생은 “진짜 웨이와 백현이 사귀느냐”며 오해하는 일도 있었다.

 

멤버놀이가 이런 문제를 불러일으키자 일부 연예기획사는 팬들에게 “멤버놀이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멤버놀이 탓에 오히려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거나 잘못된 사실이 유포될 수도 있기 때문.

 

그룹 에이핑크의 소속사인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강윤식 대리는 “초등생들이 비공개적으로 자기들끼리 멤버놀이를 즐긴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특정 연예인을 흉내 내며 나눈 대화가 다른 사람에게 공개될 경우엔 연예인 사칭(그 사람이 아닌데 그 사람인 것처럼 속이는 것) 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손석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초등생은 발달과정상 자신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의 역할을 따라하고 흉내 내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시기”라며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흉내 내는 것은 얼마든지 새롭고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도 무조건 미화하지 말고 나쁜 행동을 하는 모습은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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