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에서 열린 ‘제1회 한국종이모형 페스티벌’에는 영화 속 ‘아이언맨’부터 각종 캐릭터, 건물, 자동차 등의 모형을 종이로 만든 멋진 세상이 펼쳐져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종이모형이란 종이에 인쇄된 전개도(입체를 평면 위에 펴 놓은 모양)를 자르고 접어서 만드는 입체 모형을 말한다.

중학생 때부터 취미생활로 종이모형을 만들어온 종이모형 디자이너 김철호 씨는 100개가 넘는 모형을 손수 제작해온 종이모형의 ‘달인’. 그는 지난해 앙부일구(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해시계), 거북선 등 한국의 문화유산을 종이모형으로 만드는 법을 자세하게 담은 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종이모형 만들기는 종이를 선에 맞춰 접고 붙이는 과정에서 손끝을 자극해 어린이들의 두뇌발달에 도움을 준다.

동아어린이기자인 경기 용인시 용인풍덕초 3학년 주재홍 군과 서울 마포구 서울창천초 3학년 이예진 양이 최근 서울 금천구에 있는 김 씨의 사무실에서 김 씨를 만났다.

뚫어져라 관찰하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또봇 종이모형을 설계 중인 김철호 씨

이날 어린이기자들은 인기 로봇 캐릭터인 ‘또봇 X’의 종이모형을 만들어보았다. 먼저 또봇 캐릭터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본 후 자신이 만들려는 또봇 모형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작업으로 시작을 한다.

모형에 대한 구상이 끝나면 3차원(3D) 설계도를 그리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또봇의 모양을 설계한다. 원기둥을 반으로 잘라 얼굴의 둥근 앞부분을 만들고, 정육면체를 원하는 크기와 각도로 잘라 어깨를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완성된 또봇의 3D 설계도는 전개도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시 평면으로 펼친다. 전개도가 완성되면 이를 종이에 인쇄한다.

이 양이 “종이모형에 쓰이는 종이는 어떤 종이인가요”라고 물었다. 김 씨는 “일반 종이로 만들어도 되지만 얇아서 힘이 없기 때문에 그보다 1.5배정도 두꺼운 ‘백상지’에 인쇄해서 만드는 것이 좋다”라고 답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요

또봇 종이모형을 만들고 있는 어린이기자들

이제 본격적으로 또봇 모형을 만들 차례. 이날 어린이기자들은 또봇 모형의 머리 부분만 만들어봤다. 준비물로는 전개도와 이쑤시개, 목공용 풀이 필요하다. 어린이기자들은 김 씨의 설명에 따라 전개도의 선에 따라 종이를 접었다. 그 다음 전개도에 이쑤시개로 목공용 풀을 펴 발라가며 차근차근 붙여나갔다.

“하나의 종이모형을 만드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나요”라고 주 군이 물었다. 김 씨는 “또봇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체 모형을 완성하는 데는 총 6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인내력과 집중력이 있어야만 하나의 종이모형을 완성해낼 수 있는 것이다.

종이모형 디자이너로 김 씨를 이끈 종이모형의 매력은 무엇일까?

“내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것을 종이를 통해 현실로 만들어냈을 때의 성취감이 정말 크답니다.” (김 씨)

종이모형은 플라스틱이나 나무 같은 다른 재료로 만든 모형보다 장점이 많다. 접고 붙이는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 일반 프린터로 전개도를 인쇄할 수 있어 특별한 도구 없이도 완성이 가능하다. 전개도는 인터넷 종이모형 동호회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김 씨는 “종이모형을 좋아해 취미로 만들다가 직업이 됐다”면서 “노래든 운동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다보면 어느새 미래의 내 모습과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