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한 오승환 선수

야구선수 오승환(32)의 별명은 ‘돌부처’다. 마무리 투수(경기를 마무리 짓는 투수)로 마운드(투수가 공을 던질 때 서는 곳)에 오를 때면 긴장이 될 법도 한 데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공을 던지기 때문이다.

오승환에게 2014년은 특별하다. 2005년 삼성 라이온스에 입단해 투수로 활약해온 그는 올해부터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명문팀인 한신 타이거즈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2년간 최대 9억 엔(약 94억 원)을 받아 계약 조건도 좋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선수로는 2004년 이승엽(2년 5억 엔), 2009년 김태균(3년 7억 엔), 2011년 이대호(2년 7억 엔)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대우다. 마무리 투수진이 약해 ‘뒷심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아온 한신은 오승환의 영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경기를 마무리 짓는 승부사인 오승환이 우리나라를 넘어 야구강국인 일본에서도 인정받는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나보다 운동 많이 한 선수 없다”

마운드에서 돌부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자신감이 있어야 타자와의 싸움에서 긴장하지 않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8, 9회에 마운드에 서왔다. 투수가 한 번만 공을 잘못 던져도 상대편이 득점을 하여 경기에서 질 수 있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자신감 있게 공을 던져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2013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오재일에게 결승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6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세 번의 스트라이크로 아웃시키는 일)시키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이런 실력과 자신감은 성실함에서 나온다. 오승환은 이미 근면, 성실로 정평이 난 선수다.

“‘프로’라는 타이틀에 맞게 야구경기를 잘 풀기 위해 필요한 것만 해요. ‘나보다 운동 많이 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훈련을 하고 나면 마운드에서 투수를 대할 때 두렵지 않아요.”(오승환)

오승환은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남들보다 앞서 연습해 볼 것을 강조한다. 그는 “내일 400m 트랙을 5바퀴를 도는 시험을 본다면, 미리 한 번 뛰어보라”면서 “내가 어느 지점에서 지치는지, 그에 맞춰 체력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조건 이길 것이다”

오승환은 부정적인 예측을 싫어한다.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기보단 ‘손에 쥔 공을 어떻게 던질까’만 생각한다.

“진다는 생각을 안 해요. 실수해서 상대팀에 점수를 줘도 질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마운드에 섰을 땐 타자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요. 감독님이 항상 주문하시는 ‘자신 있게 던져라’는 말만 마음에 담고 공에 집중해요.”(오승환)

오승환의 긍정적인 사고는 고교 3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겪었던 부상을 털고 일어난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야구선수로 다시 일어

서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오승환은 “한창 재활훈련을 받고 있을 때 아프지 않은데 꾀병을 부리는 친구들, 할 수 있는 데 안하는 친구들을 보며 깨달았다”면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사고와 성실함은 오승환이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넘어 일본 리그까지 진출하게 만드는 데 큰 힘이 된 것. 오승환은 새해 각오로 “개인 성적보다 팀 우승이 중요하다”면서 “내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밝혔다.

▶양보혜 기자 yang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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