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소설가 조앤 K 롤링(48)이 최근 새로운 실험을 했다. 4억 부 이상 팔린 해리포터 시리즈로 성경 이후 최대의 베스트셀러라는 기록을 세운 소설계의 대스타가 자신을 완전히 숨기고 다른 이름으로 소설을 펴낸 것이다.

 

최근 영국의 언론들은 지난 4월 출간된 추리 소설 ‘더 쿠쿠스 콜링’(뻐꾸기의 외침)은 조앤 롤링이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글을 써서 발표할 때 사용하는 가명)으로 쓴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책이 롤링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런던 주요서점에서는 책이 거의 다 팔려나갔고, 책은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큰 인기를 얻는 ‘스타작가’ 롤링. 하지만 그는 이런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그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가 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좋아하는 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

 

사람들은 롤링을 혜성같이 나타난 해리포터의 천재 작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해리포터는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아니라, 롤링이 평생을 구상해온 결과물이다.

 

롤링은 어린시절 책을 좋아하는 부모 아래 혼자 공상을 즐기는 아이였다. 그녀는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어린 동생을 앉혀 놓고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 속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초등 저학년 때는 ‘일곱 개의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라는 제목의 오싹한 모험담을 쓰기도 했다.

 

그녀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작가의 꿈을 품었지만 20대를 방황 속에서 보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맨체스터 상공회의소에 비서로 취직한 롤링은 자주 공상에 빠져 직장상사에게 무시당하고 핀잔을 들어야 했다.

 

“조앤, 업무 시간에 소설을 쓰다니! 타이핑 속도만 빠르지 제대로 하는 게 없잖아.”

 

이런 이유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당하기 일쑤였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상상과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가 틈틈이 떠오른 생각들을 빼곡히 메모한 종이들은 훗날 해리포터가 탄생하는 큰 밑거름이 됐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힘

 

직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롤링은 27세가 되던 해 ‘평생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주마’ 약속하며 청혼한 남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로 곧 이혼한다. 그는 혼자서 딸 제시카를 키우기 위해 1년 여 동안 정부의 생활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롤링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카페 한 구석에서 하루 종일 글을 썼다. 유모차에 아기를 재우고, 자신은 커피 한 잔과 물 한 잔을 앞에 두고 그저 상상 속에 머물렀던 마법 소년 이야기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95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첫 원고가 완성된다.

 

하지만 ‘어린이 대상 소설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열두 군데 대형출판사에서 거절당해야 했고 겨우 어렵게 규모가 작은 출판사 블룸즈버리와 계약을 맺었다. 1997년 출간 당시에는 존재감이 약했지만 여러 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본격적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책의 판매량이 늘어나게 됐다. 2~7권이 연이어 출간되면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책은 그동안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까지 서점으로 끌어 모았고 어린이들은 텔레비전이나 게임 대신 해리포터를 읽었다.

 

“세상을 바꾸는데 마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내면에 이미 그 힘은 존재합니다. 우리에겐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조앤 롤링)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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