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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리더]무료 숙소 옮겨 다닌 ‘캔디 골퍼’ 이일희, 7년 만에 LPGA 우승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3-05-31 04: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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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드디어 정상으로

[The 리더]무료 숙소 옮겨 다닌 ‘캔디 골퍼’ 이일희, 7년 만에 LPGA 우승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바하마 파라다이스아일랜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 쟁쟁한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LPGA에서 당당히 우승한 사람은 놀랍게도 무명(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의 프로골퍼 이일희 씨(25·사진).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7년간의 긴 무명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투어 시드 선발전에서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우승까지 한 이일희의 골프 인생은 미국 LPGA 투어를 누비는 한국 선수 40여 명 중에서 가장 독특한 경우이다. 돈이 없어 무료 숙박을 찾아다닐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했던 그가 미국 최고 프로골프 대회인 LPGA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최고가 되려면 큰물에서”

 

“맛있는 자장면 사줄게.” 10세 때 주말마다 아버지가 자장면을 사준다고 해 따라간 골프 연습장에서 이일희는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연습장 구석에서 깨진 볼을 주워다 치면서 골프에 재미를 붙인 그녀는 선수가 되겠다고 나섰다.

 

1988년생 용띠인 그녀는 전국 대회에 나가면서 신지애·최나연·박인비 등 미래의 한국 여자 골프를 이끌어갈 동갑내기 *세리 키즈들과 친구가 됐다. 이들은 부담스러운 라이벌이기도 했다. 이일희는 국가대표 상비군(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대기하고 훈련하는 후보 선수)이 될 정도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쟁쟁한 친구들에 가려 국내외 무대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했다.

 

이일희는 2004년 아시아-태평양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06년 프로에 데뷔했다. 한국 투어에서 두 차례 준우승한 게 최고 성적이었지만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녀는 가장 큰 무대에서 뛰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도 “기왕이면 큰물에서 꿈을 펼쳐라”라고 말하며 그를 응원해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 잃지 않아

 

2009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20위에 오른 그는 2010년부터 미국 대회에 출전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는 어렵게 투어 생활을 했다. 변변한 후원사도 없어 캐디(골프에서, 클럽을 메고 골프를 치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도움말을 주거나 시중을 드는 사람)에게 줄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그녀는 LPGA 투어 생활을 하면서 가장 싼 비행기 티켓을 구해 혼자 다녔고, 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호텔 대신 하우징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하우징이란 대회장 근처 빈방이 있는 가정집을 모집해 선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한 한국 선수는 이일희가 유일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미국 가정집에서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강한 의지’

 

이렇게 2년 동안 미국 투어와 한국 투어를 병행하던 그녀는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미국 무대에서 고생하는 딸을 보다 못한 부모님은 “이제 미국에서 그만 고생하고 한국에서 골프하는 것이 어떠냐”라고 설득했고, 그는 2011년 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전을 치렀다. 이듬해 한국 투어에서 뛸 수 있는 풀 시드(골프에서 해당 골프 협회가 주최하는 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를 얻기 위한 대회였다.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드(출전권)를 유지하고 있던 이일희는 국내 선수들과 겨루는 시드전은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이었다. 이일희는 “꼭 시드를 따야겠다는 국내 선수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면서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일희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대회에서 떨어진 것을 전화위복(轉禍爲福·재앙이 복으로 바뀜)의 기회로 삼고 미국 투어에 전념했다. 성적은 점점 나아졌다. 결국 그는 올 시즌 처음 시작된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나는 비록 느리지만 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늘 해왔다”면서 “여건이 어려울수록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상식 UP

 

세리 키즈: 1998년 골프선수 박세리의 LPGA US여자오픈 우승 장면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선수들을 일컫는 말. 선수들 중 1988년생이 주류를 이뤄 ‘1988년생=세리키즈’로 통한다. 세리키즈의 대표적인 스타는 이일희를 포함, 신지애, 박인비, 김하늘(25·KT)이 있다. 모두 1988년생이다. 최나연(26·SK텔레콤)은 한 살 위지만 이들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밖에도 오지영(25), 이보미(25·정관장) 등이 있다.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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