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뭐였는지 알아? / 창비 펴냄
“선비와 절친한 친구 넷이 있네. 검은 친구, 털 난 친구, 하얀 친구,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지. 선비는 검은 친구와 있을 때는 병자가 되고 털 난 친구, 하얀 친구와 있을 때는 장수가 되지.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좋아해서 자기는 세수를 안 해도 나는 매일 씻어 주지.”
도깨비가 첫 번째 문제를 보내왔다. 도깨비가 변신한 집안의 물건은 무엇일까. 정 서생과 세 딸인 일영 이영 삼영은 해답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답을 찾지 못하면 도깨비에게 세 딸이 시집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방이에요.”
이영이가 말한다. 남자는 사랑채, 여자는 안채에 머물기 때문이다. 일리가 있다. 네 사람은 사랑방으로 달려갔다.
책 병풍 보료 상투 망건 망건통…. 하나씩 탈락해가자 이들의 표정도 어두워진다. 사랑이 아니란 뜻일까.
갑자기 정 서생이 흥분해서 연상(글 쓰는 도구들이 들어있는 작은 가구)을 찾았다.
“글을 쓸 때 종이 붓 먹 벼루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안 돼. 그래서 문방사우라고 부르지. ”
정 서생이 답을 찾은 듯하다. 검은 친구는 먹, 털 난 친구는 붓, 하얀 친구는 종이, 매일 세수를 시키는 것은 벼루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겨우 내기 하나를 이겼을 뿐이다.
도깨비의 두 번째 수수께끼가 도착했다.
“여기저기서 얻어다 정성껏 키우니 복덩이가 되었네. 복덩이가 있으면 더러운 것도 사라지고 복덩이가 있으면 흩어졌던 것도 한데 모이네.”
안채에 답이 있다고 하는데, 첫 번째보다 훨씬 어렵고 애매하다. 누가 내기에서 승리할까. 수수께끼를 통해 우리 옛 살림살이 문화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추리와 전통문화를 결합해서 유쾌하게 술술 풀어낸 필력이 대단하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 수상작이다. 정유소영 글, 남주현 그림. 1만1000원.
< 허운주 기자 apple297@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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