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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지존]게임중독자 벗고 서울대생으로 이대보 씨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1-08-08 22: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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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질 너무 해 손 덜덜 테이프로 묶고 공부

[생각 지존]게임중독자 벗고 서울대생으로 이대보 씨

“뱀장어는 알을 낳고 바로 죽습니다. 알에서 깨어난 뱀장어는 아주 작고 투명한 대나무 잎 모양이에요. 그래서 ‘댓잎뱀장어’라고 부른대요. 어린 댓잎뱀장어는 아주 깊은 바다에서 난류를 따라 홀로 긴 여행을 떠나요. 자신을 잡아먹는 큰 물고기가 나타나면 스스로 피하는 법을 깨우치죠. 그러면서 서서히 몸에 살이 차오르며 성장해 강으로 올라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냅니다. 그리고 다시 바다로 나가 알을 낳고 죽습니다.”
이대보 씨가 들려 준 부모 없이 평생 스스로 살아가는 ‘댓잎뱀장어’ 이야기다. 이 씨는 게임중독자에서 서울대생이 된 인물. 그는 게임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이야기하며 ‘스스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게임중독자의 가정환경
이 씨는 ‘댓잎뱀장어’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도박을 좋아했던 어머니는 이 씨가 다섯 살 때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일용직 노동자였다. 할머니가 하루 종일 돌봤다. 이 씨는 할머니를 아주 잘 이용(?)했다.
“할머니는 제가 컴퓨터 앞에 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어요. 공부 잘하고 똑똑한 학생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컴퓨터라 아셨나 봐요. 눈에 번쩍 띄는 화려한 게임 화면이 나오면 할머니는 ‘우리 손자 공부 아주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니까요. 최적의 ‘게임중독 환경을 갖췄던 거죠.”
이 씨는 학교에서 돌아와서 게임만 했다. 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 아버지가 들어오실 시간이면 플러그 뽑아 숨겼지만 들켜서 혼나면 PC방으로 갔다. 29시간동안 컵라면만 먹으며 게임을 하기도 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바람의 나라, 거상,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가리지 않고 했다. 당연히 공부와 거리가 있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

 

●게임의 약물로 아픈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을까?
이 씨가 컴퓨터를 끄고 공부를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뭘까?
“아버지가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시다 철근을 어깨에 맞고 입원하셨어요.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가 항상 미웠지만 아버지는 게임 속 영웅처럼 나를 항상 돌봐줄 거라 생각했죠. 포션(게임 속에서 캐릭터의 생명력을 키워주는 물약)으로 병상에 연약하게 누워계시는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 정도까지 게임에 빠져 있었던 거죠. 건강이 계속 안 좋아지시는 아버지를 보며 깨달았죠. 게임과 현실은 다르구나! 그때부터 게임은 저에게 의미가 없었어요.”
이 씨는 고1 때부터 공부에 매진했다. 오랫동안 공부를 하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게임의 잔상이 계속 떠올라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적는 ‘기록일지’를 썼다. 그리고 공부에 필요한 생각을 구분해내는 능력을 스스로 키웠다.
“1시 방향에서 적들이 몰려오고 있다.”(2005년 10월 1일 오후 10시 스타크래프트를 또 생각하다.)
“정말 힘들었어요. ‘마우스질’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손도 떨려와 테이프로 묶고 공부했어요.”
그는 게임중독은 스스로 컴퓨터를 끌 줄 알아야 비로소 벗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지력 하나만으로 게임을 그만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지력 좋다고 알려진 서울대생들도 게임 때문에 학사경고를 받고 있기 때문.
“게임을 아예 못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저는 고2 때부터 기숙사에 들어갔어요. 일부러 컴퓨터가 없는 세상에 들어간 거죠.”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도 게임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가방 속에는 닌텐도, 부모님의 스마트폰, 어디에나 널려 있는 PC방은 게임중독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게임에서 배운 것도 있다고.
“몰입할 수 있는 집중력을 공부에 이용했습니다. 국어와 영어는 외우는 것이 많아 집중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따라가겠더라고요. 또 게임 속에 있는 ‘퀘스트’(임무)도 공부에 도입했어요. 내 자신이 퀘스트를 만들어 수행을 하면 일종의 보상을 했죠. 2시간 공부에 10분 휴식과 같은 보상을요.”

 

<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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