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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캔 여사의 할 수 있어요!]베네치아 아이들과의 축구와 땀띠소동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1-06-06 04: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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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가려고 알아보니, 기말고사 뒤 방학 시작 며칠 전 출발 프로그램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학교에 가지 않으면 결석 처리됐다. 기말고사 후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며칠 결석하고 떠나는 게 낫겠다는 판단했다. 큰아이는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나는 설득하면 될 줄 알고 예약부터 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여행사에 사정했다. 여행사 사장은 “녀석, 기특하군” 하며 뒤늦게 출발해 팀에 합류하도록 배려했다.
작은아이는 들떠서 머리를 아이돌가수처럼 자르고 짙게 염색했다. 나는 한술 더 떠 “귀에 구멍을 뚫어주랴?”했더니, 그건 사양했다. 속으로는 ‘예스’ 할까 봐 걱정했다.
여행 프로그램은 팀이 버스로 같이 이동하되 아침에 헤어져 각자 돌아다니다가 저녁에 약속 장소에 모이는 것으로 패키지투어와 배낭여행의 혼합 형태였다. 구성원은 초등생부터 80대까지 다양했다. 초등학생은 작은아이뿐이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아이들과 의견이 엇갈렸다. “미술관을 가겠다.” “축구하는 동네아이들과 어울리고 싶다.” “대학생들과 어울려 다니겠다.” 의논 결과 각자 뜻에 따라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나는 베네치아의 미술관과 조각을 구경하고, 큰아이는 동네 아이들과 공터에서 축구를 했다. 작은아이는 대학생들과 다니며 당시 영어회화가 어설픈 대학생들을 대신해 곤돌라 가격을 흥정했다. 가족은 저녁에 각자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세 배의 경험을 한 듯한 느낌을 가졌다.
작은아이의 땀띠가 심해 땀띠 약을 사러 다녔다. 때는 점심시간, 시에스타(낮잠) 시간이어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겨우 한 곳에서 파우더로 된 땀띠약을 샀는데 문제는 바를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바지를 벗어야 했는데 작은아이는 한사코 바지춤을 움켜쥐었다. 한 가게에 가림막이 있어서 좀 쓰겠노라고 했더니 상인은 용변을 본다는 말로 알아들었는지 큰 눈이 휘둥그레져 어깨를 들썩이며 절대로 안 된다고 난리였다. 어지간히도 못 알아들었다. 미국에서 1년 살다 온 아이들의 영어실력으로 자세히 설명했는데도. 참다 못해 내가 땀띠약을 들고 한국말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걸 이 애한테 바르려 한다고!” 그제야 상인이 “아하!” 하며 쓰라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요즘도 엄마는 한국말로 세계인과 통한다고 놀린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 Yes, you can. -뉴욕에서-

 

 

< 유캔 여사  youcanlady@gmail.com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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