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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캔 여사의 할 수 있어요!]두 아이의 중학교 교장선생님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1-05-16 04: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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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선생님 복이 참 많은 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고마운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학기 초만 되면 나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일생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화목도 좌우한다.
아이들은 마음에 들고 죽이 맞는 선생님을 만나면 1년 내내 선생님 이야기를 집안에 전해 온 식구가 즐거웠다.
두 아이의 중학교 때 교장선생님이 인상 깊다. 두 아이는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 교장선생님은 평소 비닐봉투와 긴 집게를 들고 교내를 다니며 풀 숲의 작은 휴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집어내곤 했다. 학부모들이 지나가다 황망히 “저희가 치우겠다”고 해도 선생님께선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얼굴 가득 띠고 “괜찮습니다” 하고 답했다. 교장선생님이 이러시니 학생들은 스스로 조심하여 교정은 남학교로선 드물게 깨끗했다.
그 시절 이 중학교는 촌지 없는 학교로 전국에 유명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간 초기에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음료수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보냈다가 고스란히 돌려받은 경험도 있다. 잠시 민망하긴 했지만 덕분에 학교 정책에 신뢰가 갔고 학부모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게 됐다.
교장선생님은 또 항상 교장실 문을 열어놓고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그래서 학부모 누구나 어느 선생님이든 ‘안심하고’ 찾아뵐 수 있었다. 나는 국어 체육 등 아이가 어려움에 처한 과목의 경우 담당 선생님을 찾아 상의하곤 했다.
교장선생님은 당시 학교에 와 있던 부부 영어원어민 선생님께 부탁해 어머니 영어교실을 운영했다. 덕분에 엄마들이 아이들 학교에서 평일 오전에 영어를 배웠다.
작은아이가 영국 유학 장학생 선발시험을 보기 전에도 나는 교장선생님께 상의했다. 선생님은 “선발되면 학교의 영광이다. 유학 5주 동안 학칙에 따라 출석을 인정하고 기말고사 성적도 전 학기에 준해 매길 것”이라며 흔쾌히 승낙했다. 선발시험장에서 일부 학교 학부모는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난감해했다. 작은아이가 선발되자 교장선생님은 아들과 나를 별도로 불러 격려했다. 나는 주최 측인 주한영국문화원에 부탁해 출국 직전 파티에 교장선생님을 특별히 초대했다. 선생님은 다른 일로 참석하지는 못했다. 그 뒤 작은아이의 유학 소식이 교내 소식지에 실렸다. 당신도 할 수 있어요. Yes, you can.

 

<유캔 youcanlady@gmail.com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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