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갑니다. 방학 전에 세워뒀던 계획은 잘 지켜지고 있나요?
그동안 미뤄뒀던 공부나 부담스러웠던 과제를 하기에는 방학이 제격입니다. 시간을 내서 장편동화를 천천히 읽어보는 것도 방학 때 꼭 한번 해볼 만한 일이지요. 마음을 한 뼘 더 자라게 해줄 장편동화 세 권을 소개합니다.

 

마음 좋은 새 엄마… “나는 어떻게 대해야하나”
● 특별한 이웃/ 사계절 펴냄

 

주인공 이진이는 고집이 세다. 싫은 것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은 이진이를 ‘유관순’이라고 부른다.
그런 이진이도 당해낼 수 없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새엄마인 ‘우훅’이다. ‘우훅’은 이진이가 새엄마에게 붙인 별명. 이진이가 새엄마를 처음 만난 날 “우훅!” 하고 딸꾹질을 했기 때문이다.
새엄마는 이진이가 하고 싶은 일은 하게끔 그대로 두는 성격이었다. 라볶이를 좋아하는 이진이에게 “사람이 먹고 싶은 것은 먹고 살아야 한다”며 분식집에 가는 것을 눈감아주는 식이다.
그런데 이진이의 친구 엄지의 엄마는 조금 달랐다. 어느 날은 엄지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넌 애가 왜 그러니? 라면이 먹고 싶으면 혼자 먹으면 될 걸 왜 우리 애까지 불러내고 난리니?”
집에서 나오다가 걸린 엄지가 이진이의 핑계를 댄 것이 분명했다. 엄지는 나중에도 이진이가 교회를 같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진이를 ‘왕따’시킨다.
이때도 새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화를 내기보다 이진이의 고민을 친구처럼 들어주고 선택을 이진이의 몫으로 남겨둔다. 남상순 글, 서영경 그림. 8000원.

 

 

 

해적단원 어린이와 납치된 어린이의 두갈래 마음
● 블랙 샤크/ 랜덤하우스 펴냄

 

소말리아는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 독립했지만 이후에도 나라가 조각조각 나뉘어 내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은 악명이 높기도 하다.
책의 주인공은 비슷한 또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다. 영국의 토미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힘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에이미는 학교를 뛰쳐나온 불량 학생이다.
토미와 에이미에게 소말리아는 그저 ‘낭만적이며 자원이 풍부한 나라’일 뿐이다. 그곳에서 토미와 에이미는 소말리아 국제 해적단 ‘블랙 샤크’에 납치된다.
한편 아프리카 난민 소년인 오마르와 타렉은 자신들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블랙 샤크’의 부하가 된다.
‘블랙 샤크’는 토미와 에이미에게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악의 존재였지만 오마르와 타렉에게는 영웅이었다. 베르너 J. 에글리 글, 배수아 옮김. 1만2000원.

 

 

 

 

원주율 소수점 이하 숫자 1000개까지 줄줄…  청각장애 딛고 선 중국소녀의 실화
● 기적을 만든 천만번의 포옹/ 김영사 펴냄

 

‘중국의 헬런 켈러’로 불리는 저우팅팅의 실화다.
저우팅팅은 청각장애인으로서 처음으로 16세에 랴오닝사범대에 합격한다. 이후 청각장애인을 위한 대학인 미국 갈로뎃대에서 석사 과정을, 보스턴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다.
1980년 중국의 한 병원에서 건강하게 태어난 팅팅은 한 살 무렵 고열을 내리기 위해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청력을 잃는다. 초등학생이 된 팅팅은 아버지의 제안으로 한 가지 도전을 한다. 원주율 소수점 이하 숫자를 1000개까지 외우는 것이다.
팅팅은 일정한 규칙으로 숫자를 결합해 글자로 만든 뒤 그 글자에 맞는 이야기를 엮는 방법으로 도전에 성공한다.
팅팅의 아버지는 “세상에 잘못된 교육은 있어도 못난 아이는 없다”고 말한다. 저우팅팅 글, 나진희 옮김. 1만 원.

 

 

<이지현 기자 edit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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