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와 작은아이는 아주 대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누나는 소심하고 내향적인 반면 동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들을 캠프에 참가시키기 위해 미국으로 갔을 때 일입니다. 시간이 좀 남아 워싱턴에 관광을 갔어요. 워싱턴 관광을 하기 위해 ‘디시덕(D.C. Duck)’을 탔습니다. 디시덕은 지상에서는 차였다가 포토맥 강에 들어가면 보트가 되는 매우 독특한 탈것이었습니다.
차를 운전하는 기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워싱턴 시를 소개합니다.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도 아니고 농담도 섞어 가며 말하기 때문에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집중해서 듣다가 나중에는 기사의 설명을 듣지 않았고 두 아이들 역시 시간이 지나자 기사의 말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포토맥 강을 따라 관광을 시켜주던 기사가 거의 끝날 때가 되자 강 한가운데서 배를 세워 놓고 원하는 어린이는 운전을 하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미국 어린이 한 명이 나가서 운전을 끝내자 아들 녀석이 정말 번개같이 나가 운전을 했습니다. 저는 어차피 기사에게 팁을 줘야 했기에 큰아이에게도 나가서 운전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큰아이는 싫다고 했습니다. 관광이 다 끝나자 큰아이는 동생에게 자기도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기 싫어서 못했다고 하면서 동생이 디시덕을 운전한 것을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이렇게 다른 성향은 캠프에서의 적응도에서도 차이가 났습니다. 큰아이는 처음부터 친구가 없어 고생한 반면 작은아이는 물론 사촌 형이 함께 있기도 했지만 또래 친구를 제법 사귀었습니다. 같이 운동도 하고 놀기도 하고, 영어를 듣거나 말하는 면에서 누나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적응도는 훨씬 좋았습니다.
영어 공부, 특히 말하기에서 내향적인 아이와 적극적인 아이는 차이가 납니다. 큰아이의 경우 동생보다 영어 단어도 훨씬 많이 알고 들리기도 더 잘 들리지만 영어로 말하기를 싫어했습니다. 가게에 가도 질문을 하거나 돈을 계산하는 것은 거의 작은아이이지 큰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런 큰아이의 모습이 싫어 처음 캠프에 가서는 영어로 말하기를 무척 강요했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까워 가능하면 아이에게 영어로 말할 기회를 많이 주고자 한 것이죠. 하지만 저의 이런 노력이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큰아이는 자신의 성격이 더욱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 바로 미국 영어 캠프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영어를 미국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했기에 점점 더 영어를 안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영어를 말하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고 호소합니다.
캠프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영어, 특히 말하기에 있어서는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큰아이처럼 소극적이고 내향적인 아이에게 강제로 말하기를 시키는 것은 도리어 부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이와 같은 아이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야 입을 떼고, 그나마 용기를 내서 말했는데 그 말을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면 완전히 입을 닫아 버립니다. 또 이런 경우에는 많은 상처를 입습니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아이에게는 익숙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 학원을 선택할 때 신중하게 선택하고 가급적이면 학원을 자주 바꾸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캠프를 보낸다면 단기 캠프보다는 장기 캠프가 더 영어 말하기 능력을 많이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일단 환경에 적응하면 그때는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성격의 아이는 엄마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하는 아이입니다.
반면에 적극적인 아이는 영어를 말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와 같은 아이는 영어에 노출되면 될수록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증가됩니다. 영어 연극 등 영어로 하는 프로그램에 가능하면 많이 참가시키고 할 수만 있다면 단기 영어 캠프에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이현주 ‘난생 처음 쓰는 영어일기’ 저자· 감신대 교수>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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