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영어’ 백인도 알아듣기 힘든 ‘이바닉’ 사용
‘힙합’ 노래 슬랭 많고 악센트도 달라 권하고 싶지 않아

 

영어에도 표준어가 있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런던 영어’는 BBC방송 영어로 이것은 런던 중심지의 전문인들이 쓰는 정형화된 영어입니다. 하지만 런던의 빈곤지역인 동부 출신 사람들은 사투리(Cockney)를 씁니다.
런던 사투리는 자음 발성이 특이해서 p(ㅍ발음)는 pp(ㅃ발음)처럼 들리고 단어 중간에 있는 t는 거의 생략됩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신문팔이 소년들은 “뻬빠(paper)”라 외치며 런던 시내를 다녔습니다. 런던의 은행가는 “프레스 더 버튼(press the button)”이라고 발음하지만 길거리의 노점상 아저씨는 “프레스 더 벋은”이라고 발음합니다(어찌 보면 미국의 발음과 유사하고 이 때문에 미국 영어가 촌스럽다고 영국인이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사는 지역과 교육수준까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 영어도 표준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지역마다 특성이 다를 뿐입니다. 뉴욕(New York) 지방의 경우 영어가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하는 일이 많고 바쁘게 살기 때문인지 뉴욕 사람들은 말도 빨리 합니다.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에서 TESOL 과정을 이수할 때 리사(Lisa)라는 전형적인 뉴요커(뉴욕 사람들은 자신들을 뉴요커라 부르며 대단한 자부심을 느낍니다)가 있었습니다.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리사는 말하는 속도가 대단히 빨랐습니다. 집중해서 들으면 들리지만 무심코 들으면 무슨 말을 했는지 꼭 다시 생각해 봐야 했어요. 처음 공부할 때 리사의 영어를 완전히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정도입니다.
“일반 테이프의 1.3배 정도 속도의 뉴욕 영어를 이해하면 미국의 모든 영어를 다 듣는 것과 같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종종 하는 말입니다.
빠른 뉴욕 영어와 달리 서부지역의 영어는 비교적 듣기에 편합니다. 따뜻한 지역의 사람들이라 그런지 친절하고 영어 역시 부드럽고 뉴욕 영어에 비해 약간 느립니다. 서부지역의 영어가 외국인이 알아듣기에 가장 편한 영어라 할 수 있습니다.
남부지역의 영어는 r, ㅣ발음이 특히 많이 들립니다. large의 경우 남부지역의 사람들은 거의 “으라아지”라고 발음합니다. 남부지방의 경우 흑인들이 많아 흑인 영어까지 가세되어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같이 들릴 때도 많습니다.
미국 영어에서 가장 알아듣기 힘든 영어는 흑인 영어입니다.
흑인 영어는 ebony(흑인들이 자신을 부르는 단어)와 phonics가 합쳐진 이바닉스(ebonics)라 불리는 영어로 미국의 백인들도 이들 영어는 알아듣기 힘들다고 합니다.
기한 것 흑인들은 백인이나 다른 인종과 함께 있을 때는 우리가 아는 그런 일반적인 영어를 합니다. 그러나 흑인들만 모이면 바로 이 이바닉스를 사용합니다. 학력이 낮으면 낮을수록 연령이 어리면 어릴수록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이 이바닉스는 대부분 슬랭이나 독특한 흑인들만의 단어를 사용하는 영어로 악센트 역시 일반 영어와는 다릅니다. 요새 유행하는 힙합, 특히 사회를 비판하거나 자신들의 문화를 노래하는 힙합의 경우 대부분 이바닉스를 씁니다.
듣기를 공부하는 방법 중 하나가 영어 팝송을 듣는 것입니다. 팝송 듣기는 흥미를 갖고 영어 듣기를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교습 방법입니다.
그러나 음악을 선택할 때 주의를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흑인의 힙합을 중심으로 영어 공부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흑인 영어인 이바닉스를 배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바닉스를 쓸 경우 공식적인 회의나 모임에서 잘못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현주 ‘난생 처음 쓰는 영어일기’ 저자·감신대 교수>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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