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은 참 비싼 유치원입니다. 한 달에 100만 원 남짓이니 웬만한 봉급생활자는 엄두를 못 내지요.
너무 비싸 쉽게 아이를 보낼 수 없는 곳이면서도 그곳에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는 곳입니다.
왜 그럴까요? 보내기만 하면 아이를 영어와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중언어자(bilinguist)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정말 영어유치원을 다니면 아이가 이중언어자가 될까요? 영어 유치원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배우는 시기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기에 영어유치원의 효과는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에 5시간 정도 유치원에서 영어로 듣고 말하다가 잠자는 시간 빼고 나머지 11시간 정도 우리말 TV를 보고 우리말로 식구들 및 친구들과 대화하며 과연 이중언어자가 될 수 있을까요?
재미교포인 사촌이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에 간 사촌은 그곳에서 대학을 나와 지금은 독일계 회사 대표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요. 부인은 재미교포로 화교입니다. 그 집에 놀러 가면 아빠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로, 엄마는 중국어로, 외국인 학교에 가면 영어로 말을 합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배우는 환경이지만 아이들이 제일 잘하는 언어는 엄마의 모국어인 중국어, 제일 못하는 언어는 거의 만날 시간이 없는 아빠의 언어, 한국어입니다.
이론에는 아이를 이중언어자로 기르기 위한 가장 완벽한 조건은 부모의 모국어가 다를 경우입니다. 항상 동시에 두 가지 언어에 노출되어야만 아이가 두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유치원의 경우 유치원에 가면 영어를 할 조건이 되지만 집에 돌아오면 이런 환경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영어로 대화한다면 아이의 영어능력은 놀랄 만큼 증진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영어유치원에서 고작 5, 6세 어린이를 두고 할 수 있는 단어도 한정돼 있습니다. 차라리 영어 동화와 영어 노래를 집에서 크게 틀어주고 따라 부르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현주 ‘난생 처음쓰는 영어일기’ 저자· 감신대 교수>

 

▨ 희정이가 보낸 편지
한글 빨리 뗐다고 국어 잘 하지 않듯 ‘꾸준한 노력’이 중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영어유치원 나온 친구와 두 달 동안 캐나다 선생님께 영어회화를 배운 적이 있어. 영어유치원을 나온 아이랑 함께 영어를 배운다고 생각하니 왠지 걱정되더라. 실제로 그 애는 영어를 엄청나게 잘하더라고, 발음도 좋은 것 같고…. 나는 외국인 선생님을 보면 겁부터 나는데 걔는 무섭지도 않은지 ‘술술∼’ 말을 잘했어.
나는 영어유치원을 다니지 않아 외국인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없었어. 그때만 해도 학교에 외국인 선생님이 안 계셔서 더욱 그랬지. 정말 그때는 영어유치원을 나온 그 아이가 정말로 부러웠어. 이후에 어떻게 됐냐고? 물론 약간의 반전은 있어.
6학년 때 우리는 같은 반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영어실력이 많이 늘지 않았었어. 발음도 그저 그런 것 같았고.
좀 잘난 체 하는 것 같지만^^ 시험을 보면 내가 더 잘 봤어. 혹시 나처럼 영어유치원에 다닌 친구 때문에 주눅 든 후배가 있다면 걱정하지 마. 열심히 하기만 하면 모든 게 잘될거야.
적당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한글을 빨리 뗐다고 국어를 잘 하는 것은 아니잖아. 무슨 일이든 꾸준한 것이 최고인 것 같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