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영어 사교육’에 대해 말하기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왠지 사교육을 부추기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에서 꼭 짚어야 할 문제가 있어서 오늘은 ‘영어학원’이야기를 풀어봅니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가장 고민하는 문제가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하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현재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사설기관은 영어전문학원, 보습학원, 입시전문학원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영어전문학원은 영어만을 가르치는 학원입니다. 대부분 학교의 영어 과정을 따르기보다는 학원만의 고유 프로그램을 사용해 영어를 가르칩니다. 이 학원의 장점은 영어를 영어식으로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문법이나 번역보다는 듣기와 독해(reading comprehension)에 중점을 두고 있죠. 영어작문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보습학원은 집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학원으로 소규모입니다. 교과과정도 주로 학교 교과서 위주로 어휘와 문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학원에서는 단순히 영어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 국어 등 다른 과목을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보습학원은 한국인 영어 선생님 위주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입시전문학원은 그야말로 고등학교 입시를 최우선으로 삼는 학원입니다. 입시 고득점을 위한 모든 영어 과정이 짜여 있다고 보면 됩니다. 듣기, 문법, 독해과목이 세분화되어 수업을 합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국가 공인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추가됩니다.
이들 세 부류의 학원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외국인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의 영어발음을 좋게 해주고 영어권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단점은 학교 영어 수업과는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보습학원의 경우 학교의 내신을 철저하게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함께 가르치므로 여러 면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애들도 덜 지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강사가 한국인이므로 한국적인 문법과 해석을 가르쳐 말하기 능력이 많이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입시전문학원의 경우 영어 과목도 세분화되어 있고 선생님들도 대부분 믿을 만하고 다른 과목도 함께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내신 관리가지 해주기에 여러 가지 면에서 이익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어떤 반에 속하느냐에 따라 수업의 내용과 질이 달라집니다. 아이가 수준 높은 반에 들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 질 좋은 내용의 수업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면 영어전문학원, 학교 영어를 중시하면 보습학원을 권하고 싶습니다. 특목고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희정이도 중학교 3학년 때 입시 전문 학원을 다닌 것이 도움이 됐으니까요.
직장맘들은 입시전문학원에 좀 더 일찍 보낼 필요도 있습니다. 내신 관리에 도움도 주니까요. 물론 이 선택은 결국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이현주 ‘난생 처음쓰는 영어일기’ 저자·감신대 교수>

 

▨ 희정이가 보낸 편지
초등땐 외국인선생님과
영어전문학원서 공부를

 

소문에는 그렇더라고. 특목중 특목고에 입학하려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선행학습해야 한다고 말이야. 하지만 나도 그렇고 내 주변 친구들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아.
초등학교 때는 외국인 선생님과 영어전문학원에서 즐기면서 공부했으면 해. 영어로 사회 과학 문학을 배운다 생각하고 영어 동화책 같은 것도 많이 읽고 말이야.
당장에는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았지만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입시전문학원에 갔을 때 비로소 ‘나의 영어실력 내공’은 초등학교 때 놀면서 즐긴 영어가 바탕이 됐다는 것을 깨달았어.
어쩔 수 없지만 즐겁게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라. 참, 나는 학교 방과 후 영어도 참 재미있었어. 그럼 다음 주에 또 만나.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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