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12월 19일)가 10일로 꼭 100일 남았다. 1학기 전교어린이회장 4명이 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현철 대법관)에서 조영식(53) 사무총장(장관급)을 만났다.
―전국에서 2학기 전교회장 선거가 한창이에요. 우리 학교는 선거운동 때 피켓 3개, 포스터 1개만 쓸 수 있습니다. 대선 비용은 얼마만큼 쓸 수 있나요.(신윤기)
“100m 달리기할 때 누구는 먼저 뛰고, 누구는 늦게 뛰면 안 되잖아요. 대선후보 한 사람은 465억9100만 원까지 쓸 수 있어요. ‘인구 수×950원’ 한 거죠. 그 돈에서 신문광고 방송연설 비용 등을 쓸 수 있어요.”
―좋은 대통령을 뽑는 방법은….(곽유진)
“자질과 정책을 잘 따져야 돼요. 과연 나라를 위한 정책인지…. 몽골선관위 초청으로 몽골에 다녀왔는데 국회의원들의 첫째 공약이 ‘한국으로 많은 사람을 보내겠다’는 거예요.”
―경선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던데….(신윤기)
“선거에서 제일 나쁜 게 비방입니다. 지금 후보들이 여러 공약을 내놓았어요. 후보들은 당선되려고 좋은 소리는 다 한다고 보고 유권자가 따져야죠. 잘못 뽑는 것은 모두 국민 책임이 됩니다.”
―대통령 지지도를 높이려면 과반수 표를 얻은 후보를 뽑아야 하지 않나요.(이상철)
“우리나라는 단순다수제 선거를 해요. 표를 가장 많이 얻은 사람이 당선됩니다.”
―학급회장 선거에서 후보가 1명이라 무투표 당선됐어요. 대선 때 이런 일이 생긴다면….(신윤기)
“후보가 1명이라도 투표자 3분의 1의 지지를 받으면 임기 5년의 대통령이 될 수 있어요.”
어린이들은 좌담회에 앞서 조 총장의 안내로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을 체험했다. 조 총장은 “2010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부터 전자투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희수 양은 “개인정보가 새 나간다거나 컴퓨터를 해킹당해 결과가 뒤바뀌는 일은 없느냐”고 물었다. “인터넷망과 연결돼 있지 않아 그런 일은 안 생겨요.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고 선거 후 2시간이면 대통령 당선자를 발표할 수 있어요.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우리 성격에 딱 맞는 거죠.”(조 총장)
―전교생이 나를 알아보고, 친구들 엄마 축하인사도 받고, 선생님들도 인정해 주니까 좋았지만 힘들 때도 많았어요. 어른들은 불법선거를 해서라도 당선되려는 걸 보면 우리가 모르는 좋은 게 많나 봐요.(곽유진)
“(웃음). 아직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잘못된 생각이 남아 있어요. 사람들이 대접하고 절도 꾸벅꾸벅 하고. 이름을 남기려는 욕구가 많으신 분들이죠. ‘쟤보다 내가 못할 것이 없는데…’ ‘내가 1등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죠.”
―선관위는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와 같은 지위를 갖는 독립기관인데요.(유희수)
“헌법이 정한 기관이라 대통령 지시를 받지 않아요. 선거는 외줄타기 같아요. 투표용지 쌓아 놓은 데서 그 위에서 중심 잡고 가야지요.”
―우리 학교는 3명 이상 운동원이 몰려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면 불법입니다. 어른들의 불법선거 중 심각한 것은….(곽유진)
“뒤에서 몰래몰래 음식 먹이는 겁니다. 그거 먹다 걸리면 음식값의 50배를 과태료로 내요. 5000원짜리 갈비탕이 아니라 25만 원짜리죠.

선거 때마다 과태료가 3억 원씩 걷혀요.”
신윤기 군은 “‘욕 안 쓰는 학교로 만들겠다’는 공약보다 ‘학교 대항 축구경기를 열겠다’ 같은 공약이 오히려 지키기 쉽더라”고 했다.
조 총장은 강원 강릉시에서 8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나 주문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어린이동아와 동아일보를 집집마다 배달하며 학용품값을 벌었다고 한다.

<정리=박길자 기자>pg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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