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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와 선생님방 이지성선생님 칼럼
 
[얼짱 이지성선생님의 좌충우돌 우리교실]선생님 의자에 앉아 꼼짝 않는 제자

점심을 먹고 왔더니 봉현이가 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긴 선생님 의자니까 내려오라”는 반장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나는 2분단에서 의자를 하나 들고 와서 봉현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모니터를 보면서 열심히 문서 작업을 했다.
선생님들은 바쁘다. 어린이들은 점심을 먹고 쉬면 되지만 선생님들은 할 일이 태산 같다. 학생은 선생님 의자에 떡하니 앉아 있고, 선생님은 학생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게 마음에 걸렸던지 교실에 남아 있던 십여 명의 아이들까지 가세해서 봉현이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난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런데 봉봉현이는 꼼짝도 않는다. 봉현이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귀 밑에 식은땀이 맺혀 있다. 뭔가 사연이 있는 게 분명하다.
잠시 후 봉현이가 털어놓은 말. “선생님, 인류는 왜 바지를 입어야 할까요?” 우와. 초등학교 3학년이 이런 엄청난 질문을 하다니. 알고 봤더니 봉현이는 바지가 찢어져 있었다. 그것도 엉덩이 부분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엉덩이를 가진 봉현이가 내복처럼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축구를 했으니 말이다.
“이건 비상사태다”라고 판단한 나는 3, 4, 5학년 교실을 돌았다. 바늘과 실을 구하러. 하지만 구할 수 없었다. 양호실에도 가보고 행정실에도 가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포기하려는 순간 도움반이 생각나서 가보았더니 다행스럽게도 있었다. 도움반 선생님은 고맙게도 봉현이의 터진 바지를 손수 꿰매 주셨다.
현이는 선생님이 바지를 다 꿰매자마자 후다닥 챙겨 입고 운동장으로 나간다. 다시 축구를 하기 위해서다. 달릴 때마다 엉덩이가 좌우로 요란하게 실룩거린다. 마치 농구공이 좌우로 튀겨지는 것 같다. 이건 완전히 ‘하늘을 나는 삼겹살’이다.
나는 교실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운동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봉현이의 손을 잡고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우리 두 사람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비만 추방! 운동 짱!”하고 외치면서.
이지성(경기 성남시 상원초교 교사)likeuverymuc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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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15 15:59: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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