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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짱 이지성선생님의 좌충우돌 우리교실]비오는 날 나눈 어떤 대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6-07-02 16: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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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이지성선생님의 좌충우돌 우리교실]비오는 날 나눈 어떤 대화

비가 참으로 많이 내리던 날이었다.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계단 밑에서 한 어린이가 우산을 쓴 채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찢어진 노란색 우산이었다.
처음엔 물장난을 하는가 보다 했다. 그래서 나는 “이 녀석∼ 때찌! 집에 얼른 가라∼”라고 말했다. 우산 속을 들여다보지도 않고서.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도 우울한 목소리와 함께.
“집에 가기 싫어요. 오늘은 집에 가기 싫어요.”
이어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강풍이 불어와서 나의 우산을 날려버렸다. 나는 얼른 아이의 우산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아이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면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바로 오늘처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초여름의 어느 날에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이는 아빠를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아빠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시지 못했다. 차 사고를 당하신 아빠는 병원에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은 집에 들어가면 아빠가 돌아가셨던 날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를까 봐 무서워서 집에 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나는 숙연해졌다.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어서 그저 고개만 푹 숙였다. 그때였다.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비가 내리는 날은요. 이렇게 계단 밑에 있으면 빗물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잖아요. 그걸 보면 난 더 슬퍼요. 꼭 계단이 나 같아서요. 아빠가 없어서 우는 나 같아서요.”
느닷없이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우는 아이에게 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아니야, 이 빗물은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보내는 노래편지야. 들어봐. 빗물이 계단을 피아노처럼 연주하는 소리를.”
“정말요? 아,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아이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활짝 웃었다. 나도 활짝 웃었다. 비가 서서히 그치고 있었다.
아빠 엄마 때문에 힘들고 짜증난다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꼭 들려 주고 싶다.
이지성(경기 성남시 상원초교 교사)ilikeuverymuch@hanmail.net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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