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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짱 이지성선생님의 좌충우돌 우리교실]교실은 벌써 찜질방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6-06-11 16: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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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더운 날들이 계속되었다. 너무나 뜨거운 날들이었다. 교실은 찜질방이나 다름없었다.
5교시에는 가만히 있어도 콧등과 가슴팍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내 안에 있는 단백질들이 땀방울과 함께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여름을 몇 번만 더 나면 나는 완전 말라깽이 쌤이 될 것 같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에 와서 여름 몇 번을 나고서 몸무게가 10kg 정도 빠졌다. 그중 최소한 7kg은 교실 더위 때문에 빠졌을 거다.
좁은 교실, 비좁은 책상에 앉은 사랑하는 제자들이 오늘따라 불쌍하게 보인다. 교실에는 달랑 선풍기 넉 대. 가운데 분단에는 선풍기 바람조차 가지 않는다.
다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콧구멍으로 허연 소금기 같은 것을 내뿜으면서 어쨌든 공부를 하겠다며 연필을 굴리고 있다.
어른들은 여름이면 에어컨을 하도 많이 쐬어 냉방병이 걸릴 지경이라는데 학교에 있는 우리 어린이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다.
대통령 아저씨는, 교육부총리 아저씨는 그리고 엄마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뭔가를 가르쳐 보겠다며 분필을 들고 칠판에 몇 자 끼적거리는데 더위에 헐떡이는 내 어린이 친구들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다.
결국 나는 분필을 동강 낸 뒤 쓰레기통을 향해 커브로 날렸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다.
“수업 땡, 맘껏 놀아라!”
녀석들, 교실을 순식간에 아기자기한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다. 이쪽에선 사랑의 포테이토칩 놀이를, 저쪽에선 ‘엉덩이 돌려 돌려’ 게임을, 교실 바닥에서는 나루토 카드놀이를, 사물함 앞에서는 말 타기 놀이를 한다.
콧등이며 턱밑에 땀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으니 그나마 보기 괜찮다.
해마다 그랬듯이 올 여름에도 물총 싸움을 해야겠다. 내 사랑하는 어린이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하늘을 향해, 서로를 향해 그리고 나를 향해 신나게 물총을 쏘는 모습을 올해에도 꼭 보고 싶다.
(경기 성남시 상원초교교사)ilikeuverymuch@hanmail.net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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