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얼짱 이지성선생님의 좌충우돌 우리교실]아이들 태도 변화시키는 것 칭찬과 용서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6-04-30 10:42:22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아이들을 보내고 교무실에 가서 일을 한 뒤에 교실로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검은 색종이를 접어 만든 쪽지가 하나 있었다.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펴보았더니 하얀색 수정액으로 이렇게 써 있었다.
“어린이날이 3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기념으로 쌤의 보드마카를 모두 접수하겠습니다!- 검은별 X단”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하고 보드칠판을 살펴보았더니, 오 세상에 이럴 수가! 보드마카가 전부 사라져버렸다.
쿵야! 나더러 수업을 어떻게 하라고!
검은별 X단의 노략질은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계속됐다. 폐쇄회로(CC)TV로 나를 관찰하는지 꼭 내가 자리를 비우면 귀신같이 나타나 내 소지품들을 싹쓸이해가는 것이었다. 펜, 딱풀, 연습장, 포스트잇, 지시봉, 비타민C, 휴지 등 접수(?)해 간 품목도 가지가지였다.
처음엔 녀석들을 체포하려고도 시도해보았지만 워낙에 둔한 나로서는 느림보 달팽이단도 잡지 못할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에 결국 포기하고, 교실을 오랫동안 비울 때마다 칠판에 이렇게 큼지막하게 써놓고 나갔다.
“검은별 X단, 너희들을 환영한다. 마음껏 가져가라. 단 책걸상과 컴퓨터는 빼고!”
검은별 X단의 마음을 울렸나보다. 25일 오후 4시경에 어린이 3명이 교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내가 평소에 예뻐해 마지않는 3학년 삼총사들이었다.
“어, 너희들 왔구나!”라는 내 말에 녀석들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걸어오더니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선생님, 사실은 저희들이 검은별 X단이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접수한 물건들은 죄송하지만 이미 친구들에게 다 나눠줬습니다.”
오 세상에 이럴 수가! 내가 제일 예뻐하는 3학년 여자 어린이 삼총사들이 바로 검은별 X단이었다니! 충격적이었지만 나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녀석들의 솔직한 태도를 칭찬해 주고, 지난 행동도 용서해 주었다. 그러자 검은별 X단은 나를 지키는 수호천사별단으로 바뀌었다.
우리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칭찬과 용서다.
이지성(경기 성남시 상원초교 교사)ilikeuverymuch@hanmail.net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