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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짱 이지성선생님의 좌충우돌 우리교실]선생님의 어설픈 ‘꼭짓점댄스’…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6-03-12 18: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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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테토칩’ 놀이를 하던 중 ‘빨간 내복 사건’이 터졌다. 사건은 일어났다. 포테토칩 놀이는 흥겨운 리듬에 맞춰 ‘포-테-토-칩!’하면서 가위바위보를 한 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손등을 꼬집거나 때리는 게임.
그런데 이 게임을 하던 기준이의 웃옷이 살짝 벗겨졌다. 그리고 문제의 빨간 내복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오, 세상에 이럴 수가!
빨간 내복의 주인공 기준이는 막무가내로 울기 시작했다. 친구들의 사과도 선생님의 달래기도 소용없었다. 기준이는 울고 또 울었다.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슬비 같았던 기준이의 눈물이 점점 시냇물 크기로, 강물 크기로 커나갔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눈물바다가 되면 어떡하지? 학생들이 배를 타고 등교하고, 급식은 365일 물고기 반찬이고, 상어와 고래 주의보가 수시로 내려지는…. 상상도 잠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학교의 안녕과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기준이의 눈물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시도한 모든 방법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기준이는 더 심하게 울어댔다.
사건은 기준이의 짝꿍 진택이가 나서면서 무마되었다. 진택이는 청소도구함으로 달려가 분홍빛 쓰레기소각 전용봉투를 꺼내더니 몸에 말고 ‘꼭짓점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울지 마아∼ 울지 마아∼” 하면서. 그러자 다른 남자 아이들이 가세했고, 에라 모르겠다. 선생님인 나도 어설프게 꼭짓점 댄스를 시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준이는 1분도 안 돼 웃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학교 위기를(아니 어쩌면 지구의 위기일 수도 있다. 어린이의 눈물바다는 지구 별 하나쯤은 충분히 가라앉힐 수 있으니까) 구한 진택의 노고에 감사하면서 나는 새삼 우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라고.
새로 만난 반 친구들이 아직은 많이 낯설다. 그래서 쉽게 다가가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금 친한 친구 역시 처음엔 낯설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리고 어린이답게 유쾌하게 먼저 손 내밀기 바란다. 학교생활이 몇 배는 즐거워질 것이다.
이지성(경기 성남시 상원초교 교사)ilikeuverymuch@hanmail.net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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