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호주에서 폐막한 제24차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 총회의 의장은 이서항(사진) 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이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총회 의장이 된 이 실장은 남극에 세종기지를 세울 때 법률 조언을 해 주고 한국이 국제과학위원회에 가입할 때 주도적 역할을 한 국제해양법 전문가이기도 하다.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이란 무엇인가요.
“세계가 남극의 해양생물을 잘 보전하자는 것이에요. 남극에는 지하자원도 많고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살아요. 한 나라가 힘이 세다고 크릴새우를 다 잡아가면 크릴새우를 먹는 고래는 굶어죽겠죠. 남극 생태계가 파괴되고 결국 사람에게 피해를 줘요. 그래서 힘 센 나라든 힘이 약한 나라든 협약을 체결해 보호하는 거예요. 현재 32개국이 가입돼 있어요.”
―불만이 있는 나라도 생기겠네요.
“그럼요. 의장이 각 나라의 이익을 조정하죠. 국제회의에서는 항상 각 나라가 이익을 더 차지하려는 신경전이 대단해요.”
―이번 총회에서도 그랬었나요.
“물론이죠. 러시아와 노르웨이 간 신경전이 치열했어요. 남극에서 어업을 하려면 감시하는 사람이 함께 타 어획량을 확인해요. 러시아가 노르웨이 배에 타겠다고 나섰는데 노르웨이는 러시아 감시관이 선진 어업 기술을 빼돌릴 수 있다며 거부했어요.”
―와, 대단하네요.
“남극 이용에 관한 조약 중 힘이 센 것은 ‘남극조약’이에요. 45개 나라가 가입돼 있는데 남극조약협의당사국(ATCP) 지위를 얻어야 매년 회의에서 남극 이용과 관련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죠. 우리나라는 1989년 이 지위를 획득했어요. 다른 나라들은 ‘남극을 공동연구하자’고 주장해요. 우주나 달도 인류 공동 재산으로 함께 개발을 하는데 남극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하지만 지위를 획득한 가입국은 탐탁지 않게 생각해요. 이런 게 국제관계예요.”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많아요.
“전 기자가 꿈이었어요. 서울대 신문사 편집장도 했어요. 미국에 유학하고 세계 사람들을 보면서 국제 문제를 다루고 국제 평화에 공헌하고 싶어졌어요. 여러분도 꿈이 있다고 한 방향만 생각하지 말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세요.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이론보다는 실용적인 공부를 했으면 해요. 이론만으로 국제무대에서 뛸 수는 없어요.”
―자녀교육은 어떻게 시켰나요.
“전 항상 ‘예스’와 ‘노’를 확실히 하라고 얘기해요.”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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