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과학자들이 부모의 혈액형이나 질병 등을 자식에게 전해 주는 유전(遺傳) 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자 본체(DNA)의 새로운 3차원(입체) 구조를 밝혀냈다. DNA를 통한 병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어 암이나 천연두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성균관대 의대 김경규-중앙대 의대 김양균 교수 연구팀은 20일 “DNA가 단백질 등을 만들 때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 20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52년 미스터리를 푼 DNA 구조 완결판’ 미국의 제임스 잡슨 박사와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박사가 1953년 ‘오른쪽 나선 형태(오른손 엄지를 위로 향했을 때 나머지 손가락이 감기는 방향의 소용돌이 모양)’의 B형 DNA를 발견한 이후 52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DNA 세부 구조 연구를 마무리했다는 데 이 연구의 의미가 있다. 잡슨 등 두 박사는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과학자들은 이후 B형 DNA가 단백질을 만들 때 ‘왼쪽 나선 형태’로 질병을 일으키는 Z형 DNA로 바뀌는 것은 알았지만 B형이 Z형으로 바뀔 때의 구조를 밝혀내지 못했다. ●어디에 이용할 수 있나 불치병 치료 신약(새로운 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DNA 구조를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Z형 DNA를 아예 생기지 못하도록 하는 신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 암이나 천연두 같은 질병도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진흡 기자>jinhup@donga.com ‘줄기세포 허브’한국개설 말말말… 인간 줄기세포 연구와 교육을 맡을 ‘세계줄기세포 허브(WSCH)’가 19일 한국에 처음 개설됐다. 250평 규모의 허브 건물은 이 분야 연구의 세계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을 중심으로 인간의 다양한 배아줄기세포 치료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허브 개소식과 심포지엄, 좌담회 등에서 세계 과학자들이 전망한 ‘줄기세포 미래’를 종합했다.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세계줄기세포 허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 연구가 한 단계 앞당겨질 수 있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 배아줄기세포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어머니의 유전질환을 가진 어린이는 어머니와 이모의 줄기세포를 만들어 비교 분석하면 그 원인을 밝힐 수 있다. 그러면 치료법도 나온다. 허브는 줄기세포의 보관은 물론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연구자들의 공동연구를 활성화할 것이다.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 (양주동 시인의 시 ‘산길’을 인용하면서)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홀로 산길을 걷는 것처럼 고독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이제 수많은 국내외 파트너와 함께 그 결실을 하나 보았다. 시에 나오듯 산길의 끝에는 화톳불 하나가 밝게 타오르고 있을 것이다. 한국이 바이오 혁명의 빛을 점화하는 데 이 허브가 큰 몫을 할 것이다. ●로버트 클라인 캐나다 재생의학협회장 줄기세포 연구는 즉각 산업화될 수 있다. 특정 질병을 가진 환자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면 독성이 무엇인지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다. 제약회사들이 2년 안에 신약을 내놓을 것이다. 첨단 로봇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이 줄기세포 연구와 합쳐지면 엄청난 경제 가치를 낳을 것이다. ●로버트 골드스타인 미국 소아당뇨재단 박사 5∼10년 뒤 줄기세포를 이용 한 치료제가 나올 것이다.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려면 난자 확보가 관건이다. 미국은 난자를 사고팔 수 있지만 한국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난자를 기증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정리=배수강 기자>bsk@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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