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영어동화책은 열심히 읽는데 남들이 다 한다는 영어일기는 절대 안 쓰려고 해요.”
초등학교 엄마들의 고민입니다. 매일 매일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영어일기가 좋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어일기 쓰기를 지도해 본 어머니와 선생님들은 일기 쓰기를 정말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매일 같은 표현을 반복해 3줄에서 4줄 형식적으로 써 버리는 거죠. 혼을 낼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합니다.
만약 이런 경우라면 쓰기 활동을 좀 바꿔보면 어떨까요? 이미 영어동화책 읽기에 맛을 들인 친구들 같은 경우, 이 읽기 활동을 쓰기로 자연스럽게 연계해 보는 겁니다.
영어동화책 내용을 요약하고(summary) 자신의 간단한 느낌을 첨부하는(personal comments) ‘storybook summary writing’을 해 보는 거죠.
영어일기 쓰기도 힘든데 ‘story writing’을 어떻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훨씬 쉽습니다. 왜냐고요? 쓸거리가 눈앞에, 내 손에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책을 읽고 그 책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페이지별로 중요한 내용들을 추려서 정리하면 됩니다.
첫 단계에는 짧은 동화책 같은 경우 그냥 단순히 베껴 쓰기(copy writing)를 권장하셔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단어 구 절 문장 개념이 없는 단계에서 베껴 쓰기를 하다 보면 문장 패턴 연습도 할 수 있고 기본적인 영문쓰기 연습도 되니까요. 억지로 쓰는 일기 3줄보다 이 방법이 잘만 활용하면 쓰기의 기본기를 다지게 됩니다.
어느 정도 이 단계를 지나면 저학년인 경우는 이야기 지도(story map) 같은 활동을 해 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동화책의 주요 사건별로 간단히 핵심 어휘나 그림 등으로 연결해 보는 거죠. 그 다음에 이것을 바탕으로 책을 참조하면서 story summary writing을 하면 됩니다. 자신의 문장(your own sentence)으로 바꾸는 것을 처음부터 강요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책에 나온 문장을 그대로 베껴 써도 된다고 해 주세요.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서도 많이 배웁니다. 자신의 문장 레퍼토리가 많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문장으로 바꿔서 하나 둘씩 정리하게 됩니다.
마지막에 자신의 느낌을 덧붙이는 부분에서는 전체적으로 이 동화책의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는지(favorite part) 혹은 어느 주인공이 맘에 들었는지(character＇s personality) 등을 하나씩 제안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런 독후감 형식의 story book summary writing 연습을 많이 하게 되면 아이들은 영어동화책에 나오는 여러 형태의 문장 패턴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게 됩니다.
또한 이런 story text의 구성이나 사건 발달 단계, 글의 style에 익숙해집니다. 좀 더 창의적인 글쓰기인 직접 영어동화 쓰기(narrative writing, novel writing)로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초등학교 아동들이 이런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되어 동화책 읽기 활동과 연계된 효과적인 글쓰기에 많이 참여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 고보애 서울디지털대 영어학부 교수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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