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나현(충북 충주시 충주용산초 4)
“아빠, 빨리 상추 물 주러 가요.”
재작년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우리는 그때 집 근처 텃밭에서 상추들을 키웠다. 상추들을 키운 지 얼마 안 된 터라 상추들은 작고 귀여웠다. 나와 내 동생은 작고 귀여운 상추들에 빠져서 상추를 매일 보러갔다.
매일 물을 주고 상추들이 얼마나 컸는지 보았다. 내 동생은 상추 먹는 것은 싫어했지만 나보다 상추들은 더 잘 돌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갔다. 우리는 여행의 재미에 푹 빠져 그만 상추들도 잊어버렸다. 여행하는 동안 정말 까마득하게 상추들을 생각하지 못했다.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도착한 우리는 다음날 부랴부랴 상추 밭으로 갔다.
이럴 수가! 상추들은 다 말라 죽어 있었다. 상추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난 상추들 중에 혹시 살아있는 것이 있나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그런데 딱 한 개가 살아있었다.
“휴! 그래도 한 개는 기적처럼 살아있네!”
난 혼자 중얼거렸다. 그 날부터 우리는 그 상추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상추의 이름은 ‘무럭이’이다. 상추가 끝까지 잘 컸으면 해서 지어준 이름이다.
그렇게 무럭이는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잘 커 주었다. 우리 가족은 상추의 잎을 따서 먹었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웬일인지 상추를 싫어하는 동생도 잘 먹었다.
그 다음해, 우리는 또 상추를 심기로 했다.
나는 상추를 심으면서 ‘이번에는 정말 상추를 끝까지 잘 키울 거야’라고 다짐했다. 그 후로도 우리가족은 상추를 많이 키웠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무럭이를 잊지 못했다. 나는 상추를 볼 때마다 무럭이를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무럭아, 정말 고마워. 그때 너 혼자만 살아남아 있어서 놀라고 기뻤어. 나는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듯 앞으로도 계속 상추를 키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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