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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짱 이지성선생님의 좌충우돌 우리교실]새 정수기에 얽힌 ‘괴소문’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6-10-08 16: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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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러니까 바로 이 녀석이 비데를 한 놈이라니깐요!”
윤정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들어 찬수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 찬수는 잠자코 있었다. 나는 윤정이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세상에 응가하고 난 엉덩이를 정수기로 씻는 초등학생이 어디 있단 말인가?
2주일 전 우리 학교에 새로운 정수기가 설치됐다. 옛날 정수기는 물이 한 군데서 나왔다. 게다가 물 컵으로 받아 마셔야 했다. 그래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특히 날씨가 더운 날이면 정수기 주변 일대가 무법천지로 변하곤 했다.
새 정수기가 설치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새 정수기는 물이 네 군데서 나온다. 또 단추를 살짝 누르면 물줄기가 무지개처럼 곡선을 그리며 나온다. 우리 어린이 친구들은 물이 떨어지는 지점에 그저 입을 살짝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세상 모든 초등학교에 이런 정수기가 설치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정수기가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괴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 12시에 ‘책 읽는 소녀상’이 걸어와서 정수기 수도꼭지에 피눈물을 떨어뜨린다, 개미들이 몰려와서 정수기 앞에서 단체로 자살을 한다 등등 해괴한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막혔던 것은 정수기로 콧구멍을 씻고 비데를 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다 헛소문이다.
찬수는 “내가 바로 비데를 한다”며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 그렇게 하면 같은 반 친구들이 자기를 알아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곧바로 6학년 왕언니에게 일러바쳤고, 왕언니는 복도에서 찬수를 고문(?)하다가 나에게 걸렸다. 찬수가 자기 욕심을 조금만 억누르거나 왕언니가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싸움이나 말다툼이 이렇다. ‘조금만’ 참으면, ‘조금만’ 생각하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싸움과 다툼이다. 우리는 아직 어리지만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러니 매사에 ‘조금만’을 실천하자.
여러분의 마음이, 교실이, 학교가 평화로워질 것이다.
이지성(경기 성남시 상원초교 교사)ilikeuverymuch@hanmail.net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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