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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지존]“‘똥’ 연구 30여 년…토종미생물로 분뇨 정화-냄새 잡았죠”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1-12-19 22: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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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과학자상’ 받은 KIST 책임연구원 박완철 박사

[생각 지존]“‘똥’ 연구 30여 년…토종미생물로 분뇨 정화-냄새 잡았죠”

선조들은 ‘똥’을 매우 소중하게 여겼다. 오줌은 내 밭에 누고 똥은 꼭 자기네 뒷간에 와서 눴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다. 남에게 미안해서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사람의 배설물이 훌륭한 비료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좀 다르다. 골칫거리가 됐다. 특히 가축의 배설물은 땅과 물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취급받는다.

 

●‘똥의 달인’
30여 년간 똥 연구에 몰두해 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완철 책임연구원. 박 박사는 최근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았다. 가축 분뇨 정화와 관련해 갖고 있는 특허만 32개. 말 그대로 ‘똥의 달인’이다.
똥 연구는 왜 해야 할까? 인간 삶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1980년대 초에는 한강이 정말 더러웠어요. 가정집에서 나오는 온갖 오폐수가 모두 한강으로 흘러들어갔죠. 서울올림픽을 앞둔 시기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KIST에 ‘가정의 분뇨정화기를 개선하라’는 특명을 내렸어요. 그때부터 저와 똥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
박 박사는 이때부터 똥을 연구했다. 사람똥 돼지똥 소똥 닭똥 등 모든 똥은 연구대상이었다. 분뇨차가 KIST에 똥을 싣고 들어오면 막걸리를 거르듯 똥바가지로 똥을 퍼부어 손으로 비벼 불순물을 제거했다. 실험용으로 쓸 ‘순수한 똥’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 담배꽁초 휴지 등이 똥과 뒤엉켜 있었지만 수작업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빨리 작업해서 냉장고에 넣어야 변질을 막거든요. 부패가 시작되면 실험용으로 쓸 수 없어요. 냄새는 말도 못하죠. 한 번은 정전으로 환풍기가 작동되지 않아 온 연구동이 난리가 났었어요. 항의도 많이 받았죠. 똥 용기도 청계천서 부품을 사다 직접 만들었어요. 힘들고 더러운 것은 괜찮았어요. 정화율을 더 높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했어요.”

 

●똥은 과학(?)
‘올해의 과학자상’은 토종 미생물로 축산 분뇨를 정화하고 냄새를 잡는 신기술을 개발한 공로다.
“똥 연구를 한참 하던 14년 전 갑자기 ‘낙엽’이 생각났어요. 요즘은 인위적으로 미생물로 나뭇잎을 썩혀 부엽토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미생물을 똥에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는 낙엽은 섬유질이 많아 분해가 쉽지 않은데 이런 낙엽을 썩게 하는 미생물이면 아주 강력한 정화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갖 산을 다 돌아다니며 부엽토를 퍼와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했다. 미생물도 산마다 달라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박 박사는 무궁무진하게 많은 미생물 중 최고의 미생물을 찾는 것이 과제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분해만 생각했는데 미생물이 냄새까지 잡더라는 것. 현재 전국에 7, 8개 인분처리장과 축산처리장에서 이용하고 있다.

 

그는 건국대 농대를 나왔다. KIST는 대부분 로봇 우주 IT 등 첨단 산업을 연구하는 곳. 해외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딴 공부 좀 한다는 박사님들이 공부하는 집합소이기도 하다. 박 박사는 가끔 “이런 곳에서 똥이나 연구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고 깨끗한 것만 하고 싶어 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한마디를 했다.

 

“모든 사람이 좋고 깨끗한 것만 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똥은 아주 더럽지만 똥을 연구하는 것은 과학이에요. 미생물과 화학분야죠. 똥으로 노벨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똥에서 메탄가스를 뽑아 새로운 자원으로 쓰는 시대가 올 거예요.”
그의 똥 예찬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환경을 위해 정화를 하고 남는 분비물은 연료로 쓸 수 있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 정년이 5년 정도 남은 박 박사는 남은 기간에는 토종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정화하는 기술과 김치 유산균을 이용해 바다의 오염물을 정화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똥을 과학으로 보는 순간 다른 세상이 열릴 거예요. 어린이 여러분도 똥에 관심을 가져 보세요∼. ^^.”

 

< 글·사진=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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