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대신 여름잠 자는 동물들
《 30도가 넘는 무더위.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물줄기를 맞거나 얼음과자를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 야생에서는 더위를 피하고자 ‘여름잠’을 자는 동물도 있다. 곰들이 겨울잠을 자면서 추위를 견뎌내듯 먹이를 먹지 않고 긴 여름잠에 들면서 여름을 나는 동물이 있는 것. 여름잠을 자는 동물들을 만나볼까. 》
까나리.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김진구 교수 제공 |
모랫바닥에 ‘쏙’
바다 속 모랫바닥에 사는 까나리는 여름잠을 잔다. 까나리는 요리에 더 깊은 맛을 내는 까나리액젓의 재료로 널리 알려진 물고기.
까나리는 수온이 17도 이상이 되면 모랫바닥으로 파고 들어가 얼굴만 살짝 내어놓고 4∼5개월 긴 여름잠을 잔다. 원래 찬물에서 사는 까나리는 물이 따뜻해지면 여름잠을 자면서 호흡을 줄인다. 물 온도가 올라가면 물속 산소의 농도가 내려가기 때문.
사시사철 물이 차가운 북쪽 수역에 사는 까나리는 늘 산소가 풍부한 물에 살아 여름잠을 잘 필요가 없다. 그래서 북쪽의 까나리는 여름잠을 자는 남해안의 까나리보다 더 많은 먹이를 먹고 활동해 몸집이 1.5∼2배 더 크다.
왕은점표범나비. 국립생태원 환경영양평가팀 조영호 팀장 제공 |
애벌레 시절 모은 에너지로
여름잠을 자는 나비도 있다. 노랑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인상적인 날개를 가진 왕은점표범나비가 그 주인공.
8월에서 9월 중순까지 한 달 반 동안 왕은점표범나비는 숲이나 논밭 근처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잔다. 나비는 꽃의 꿀을 빨아 먹거나 몸으로 수분과 염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여러 날 동안 먹지 않아도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왕은점표범나비는 애벌레 시절 몸에 영양분을 많이 저축해두었다가 성충이 되어 사용하는 것. 이 덕분에 영양섭취 없이 긴 여름잠을 잘 수 있다. 10월 초가 되어 공기가 선선해지면 잠에서 깨어나 다시 활동한다.
다람쥐. 동아일보 자료사진 |
땅속으로 들어가요
다람쥐도 여름잠을 잔다. 다람쥐는 더운 여름이 되면 4∼5일간 여름잠에 들어간다. 땅속 깊이 굴을 파고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것. 여름철 땅속은 1m만 밑으로 내려가도 1.2도 정도 온도가 내려간다. 다람쥐는 최대 2m 깊이의 굴을 파고 들어가 땅 위보다 비교적 시원한 곳에서 긴 잠을 잔다. 여름잠을 자는 동안에는 몸의 대사활동이 느려져 에너지 소비가 줄어 따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
▶이지현 인턴기자 easy27@donga.com
도움말=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 조영호 팀장,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김진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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