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자갈, 모래에 물을 섞어 만든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 고대 로마 시대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콘크리트는 빌딩이나 다리 등 다양한 건축물을 지을 때 널리 활용돼요. 하지만 환경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줘요. 콘크리트의 원료가 되는 시멘트를 만들 때 화석연료로 가열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

그런데 최근 이런 콘크리트가 지구 환경을 덜 해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어요. 이산화탄소를 쏙쏙 잡아먹거나 친환경 재료를 쓴 콘크리트까지 나오고 있는 것. 튼튼함이라는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환경은 덜 해치는 ‘착한 콘크리트’는 무엇인지 함께 살펴볼까요?

이산화탄소를 ‘냠냠’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공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는 연간 300억t(톤) 정도 생산돼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 온실가스의 약 5% 이상을 차지해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지요.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내부에 잡아두는 콘크리트 제작 기술이 등장했어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이 내놓은 ‘나노버블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먹는 콘크리트’가 바로 그것!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저장하는 콘크리트예요.

연구진은 기존 콘크리트를 만들 때 들어가는 물 대신 이산화탄소를 고농도(어떤 물체에 들어 있는 성분의 비율이 높은 것)로 저장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나노버블수’를 개발했어요. 이후 이 나노버블수를 여러 혼합물에 섞어 콘크리트를 만들어냈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크리트는 일반 콘크리트와 달리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잡아 모아요. 예를 들어 이 공정으로 1㎥의 콘크리트를 생산하면 1∼1.8kg의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 내부에 잡아둘 수 있어요. 이는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캐나다 기업 ‘카본큐어’의 이산화탄소 저장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건설연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국내 콘크리트 시장에서 연간 5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기술의 상용화(일상적으로 널리 쓰임)를 통해 건설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어요.

버려진 기저귀가 콘크리트에 ‘쏙’

나노버블수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먹는 콘크리트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을 나타낸 이미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일회용 기저귀는 재활용이 어렵다

버려지는 기저귀를 콘크리트 제조에 활용하는 기술도 나왔어요. 미국에선 매년 400만t이 넘는 기저귀 폐기물이 나와요. 기저귀는 목재 펄프, 흡수성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은 땅에 묻거나 태우는 방식으로 처리돼요. 이 과정에서 대기나 토양이 오염되지요. 또 기저귀가 완전히 분해되려면 5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해 처리가 만만찮죠.

바트 드완커 일본 기타큐슈대 연구진은 처치 곤란 기저귀 폐기물을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사용했어요. 연구진은 기저귀가 다양한 움직임에도 쉽게 찢어지지 않고 단단하다는 특징에 주목했어요. 콘크리트를 만들 때 들어가는 모래 대신에 기저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저귀로 콘크리트를 만드는 실험에 돌입했지요.

연구진은 깨끗하게 소독된 기저귀를 매우 잘게 자른 후 콘크리트 반죽의 모래를 0∼40%까지 기저귀로 바꾸면서 콘크리트의 강도를 확인했어요. 그 결과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전체 모래의 10%를 기저귀로 대체해 만들었을 경우 3층짜리 건물의 벽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함을 갖춘 콘크리트로 탄생했어요. 또 36㎡ 면적의 단층 주택을 지을 때 전체 모래의 7.6%를 기저귀로 대신할 수 있음을 확인했지요.

연구진은 “기저귀 폐기물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국가의 주택 건축 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앞으로 기저귀 수거, 소독, 콘크리트로의 활용 과정이 더욱 면밀하게 연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