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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청초교 4학년 고우림군 매주 일요일 꼬마선생님 변신

기자  |   200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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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글 가르쳐

초등학생이 어른 외국인(外國人)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뛰고 있다. 대구 대청초교 4학년 6반 고우림 (사진) 군은 매주 일요일 오후 3시가 되면 달서구 진천동 대구평화교회를 찾아 3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사진설명:지난해 10월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대구 팔공산 동봉을 오른 뒤 찰칵. 맨앞이 고우림 군. ‘꼬마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은 선생님. 평소 고 군을 조카처럼 편하게 대하던 외국인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제자가 되고 고 군은 엄한 선생님으로 돌변한다. 숙제를 해 오지 않거나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學生)이 있으면 고 군은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흘긴다. 그러면 교실 분위기는 ‘싸∼’. 수업은 자원봉사 선생님과 ‘도우미 선생님’인 고 군이 함께 진행하는 형식이다. 철저한 숙제 검사도 고 군의 몫. 숙제를 잘해 왔으면 공책에 ‘참 잘했어요’라고 써주는 아량(?)도 베푼다. 베트남에서 온 우엔 반 콴(30) 씨는 “숙제를 안 해 가면 ‘꼬마 선생님’에게 많이 혼나요. 하지만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을 가르치려면 답답할 텐데 즐겁게 가르쳐 줘 고마워요”라고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근로자들도 ‘꼬마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한글 수업에 참가하는 근로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수업은 보통 교실과 달리 테이블에 둘러앉아 진행된다. 고 군이 한글 선생님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올해 초.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어를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안 교회 측이 매주 30분씩 한국어 수업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선생님이 한 명뿐이어서 수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고 군은 담임 목사인 아버지에게 ‘도우미 선생님’으로 봉사하고 싶다고 해 승낙을 받았다. 고 군은 “얼굴 색깔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멀리하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외국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며 “‘제자들’의 한국어 실력이 좋아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배수강 기자>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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