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이 어른 외국인(外國人)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뛰고 있다.
대구 대청초교 4학년 6반 고우림 (사진) 군은 매주 일요일 오후 3시가 되면 달서구 진천동 대구평화교회를 찾아 3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사진설명:지난해 10월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대구 팔공산 동봉을 오른 뒤 찰칵. 맨앞이 고우림 군.
‘꼬마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은 선생님. 평소 고 군을 조카처럼 편하게 대하던 외국인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제자가 되고 고 군은 엄한 선생님으로 돌변한다.
숙제를 해 오지 않거나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學生)이 있으면 고 군은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눈을 흘긴다. 그러면 교실 분위기는 ‘싸∼’.
수업은 자원봉사 선생님과 ‘도우미 선생님’인 고 군이 함께 진행하는 형식이다. 철저한 숙제 검사도 고 군의 몫. 숙제를 잘해 왔으면 공책에 ‘참 잘했어요’라고 써주는 아량(?)도 베푼다.
베트남에서 온 우엔 반 콴(30) 씨는 “숙제를 안 해 가면 ‘꼬마 선생님’에게 많이 혼나요. 하지만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을 가르치려면 답답할 텐데 즐겁게 가르쳐 줘 고마워요”라고 수업 분위기를 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근로자들도 ‘꼬마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하게 됐고 한글 수업에 참가하는 근로자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수업은 보통 교실과 달리 테이블에 둘러앉아 진행된다.
고 군이 한글 선생님으로 자원봉사에 나선 것은 올해 초.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어를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안 교회 측이 매주 30분씩 한국어 수업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선생님이 한 명뿐이어서 수업은 어려움을 겪었다. 고 군은 담임 목사인 아버지에게 ‘도우미 선생님’으로 봉사하고 싶다고 해 승낙을 받았다.
고 군은 “얼굴 색깔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멀리하는 어린이들이 많은데 외국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며 “‘제자들’의 한국어 실력이 좋아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라고 말했다.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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