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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브리핑] 17세기 미라 사인 밝혀내, 우리나라 미라에 담긴 이야기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7-09-25 2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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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생활상 고스란히

17세기 미라 사인 밝혀내, 우리나라 미라에 담긴 이야기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공동 연구팀이 경북 문경시에서 발견된 미라의 사인(죽음의 원인)을 이 미라의 DNA(유전자 본체)를 분석해 최근 알아냈다. 국내 미라 연구에서 사인을 밝혀내는 데 유전자 분석 기술이 사용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

 

연구에 사용된 미라는 2010년 문경시에서 한 아파트 공사 중 발견된 17세기 여성 미라(35∼50세 추정)다. 이 미라처럼 이집트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지금껏 10여 구의 미라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아는지? 이집트처럼 인공적으로 미라를 만들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 미라가 발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미라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 수 있을까?

 

 

“미생물 없애요”

 

문경시 미라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미라는 대부분 조선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것이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에 사용됐던 무덤의 한 형태인 ‘회곽묘’에 있다. 회곽묘란 커다란 나무 상자 안에 시신이 들어 있는 나무 관을 넣은 뒤, 나무 상자의 바깥 면을 두껍게 석회를 덧씌워 단단히 막은 형태의 무덤.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사용됐던 돌무덤에 비해 회곽묘가 만들기 더욱 간단하고 비용도 덜 들기에 당시 널리 쓰였다.

 

회곽묘는 시신이 미라가 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나무 상자에 덧씌웠던 석회가 굳기 시작하면 관 내부에 100도에 가까운 높은 열이 발생하는데, 이때 시신을 부패시킬 수 있는 미생물이 대부분 죽는다. 또 석회가 바깥의 공기와 수분을 완전히 차단해 시신이 부패되는 것을 막았다. 심지어 석회는 나무의 뿌리가 관을 뚫을 수 없게 하고, 개미 같은 곤충들도 완벽히 차단하기도 했다.

 

 

원래 모습 그대로

 

이처럼 우리나라 미라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덕분에 인공 미라보다 시신의 원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이집트에서는 시신 내부의 장기를 모두 빼내고 겉을 천연소금, 질산칼륨 같은 물질을 일부러 발라 시신이 썩지 않게 만든다. 반면 우리나라 미라에는 내부의 장기, DNA 같은 신체 조직이 잘 남아있어 미라 주인의 생활상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01년 경기 양주시에서 발견된 양반집 소년 미라(6세 전후로 추정)의 대장에서는 대변 조각이 발견됐다. 여기서 회충, 편충, 간디스토마 등의 기생충 알이 나왔는데 이를 통해 양반집 자제들은 일찍부터 회를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간디스토마는 보통 민물고기 회를 먹은 사람에서 발견되는 기생충이기 때문.

 

또 남아 있는 치아의 마모(닳아서 없어짐) 정도를 분석해 미라의 나이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 2003년 경기 고양시와 안산시에서 발견된 미라의 치아를 분석해 각각 64세, 51세에 숨졌다고 추측했다.

 

 

최초의 임신부 미라

 

파평 윤 씨 미라 내부를 3차원 영상으로 복원한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장 잘 알려진 한국 미라는 2002년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파평 윤씨 가문의 묘역에서 나온 모자(母子·어머니와 아들) 미라다. 이 미라는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된 임신한 상태의 미라. 이 미라 뱃속에 태아가 남아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사대부(벼슬이 높은 집안의 사람) 여성들의 복식 문화가 밝혀졌다. 미라가 입고 있던 화려한 치마, 저고리 등이 잘 보존돼 있었으며, 미라와 함께 관 안에서 빗, 구슬, 머리끈 같은 장식품도 발견된 것.

 

또 2008년 고대 구로병원의 연구팀은 이 미라에 남아있는 장기를 토대로 신체 내부와 외부를 3D(3차원) 영상으로 복원함으로써 아기를 낳다가 숨진 과정을 자세히 밝혀냈다.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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