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의 갈라진 논바닥. 울산=뉴시스 |
지난달 인천 강화도 송해면에서 만난 김필모 씨(78)의 얼굴에선 가뭄 근심을 찾을 수 없었다. 5, 6월 강수량이 57㎜에 그쳐 1973년 기상 관측 이후 최악의 가뭄이었지만 갓 모내기를 끝낸 김 씨의 논엔 물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에서 끌어온 한강 물 덕분이었다. 수년째 가뭄이 지속되자 한국농어촌공사와 인천 강화군은 지난해 경기 김포시 신곡양수장에서 강화도 북부 지역 5개 면 지역까지 총 89㎞의 임시관로를 설치했다. 40억 원에 달하는 예산 마련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보탰다.
충청권에 집중된 폭우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한 장마철에 가뭄 걱정은 뜬금없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뭄대책 마련을 위해선 가뭄이 해소(해결)된 것처럼 보이는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름 장마 피해에 묻혀 가뭄대책은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물 관리’ 패러다임(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새 정부는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이관(담당을 옮김)하며 ‘물 관리 일원화(하나로 만듦)’ 방침을 밝혔다. 국토부의 수자원 개발과 환경부의 수질 관리업무를 함께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물 사용량의 48%를 차지하는 농업용수 공급은 여전히 농어촌공사와 각 지자체의 몫이다.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제대로 된 ‘물 그릇’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저수지 1만7300여 개 중 1945년 이전에 설치된 저수지가 약 8800개(51%)에 이른다. 낡은 저수지와 수로에서 새는 물은 연간 6억5000만∼7억 t 정도로 추산(짐작하여 셈함)된다.
강수 편차(차이)가 극심해지고 지역별 강수량이 급변하는 한반도의 기상 여건을 고려하면 가뭄을 100% 예방하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봄에 화들짝 놀랐다가 여름만 되면 가슴을 쓸어내리고 모든 걸 잊어버리는 잘못된 관행은 끊어야 한다. 강화도의 사례에서 보듯 정답은 정부의 의지에 있다.
동아일보 7월 18일 자 박성민 경제부 기자 칼럼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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