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수초 VR 스포츠실에서 VR 프리킥 수업을 받는 학생의 모습

   

“왼쪽 틈을 노려!”

 

24일 서울 성동구 서울옥수초(교장 고영규 선생님)의 ‘VR(가상현실·Virtual Reality) 스포츠실’. 교실 하나 크기인 이곳에 설치된 가로 4m, 세로 2.8m 크기 스크린에는 축구경기의 프리킥 상황이 펼쳐졌다. 골대, 골키퍼뿐 아니라 두 명의 수비수로 이뤄진 움직이는 수비벽까지. 4학년 박광진 군이 왼쪽으로 축구공을 차자 스크린에도 똑같은 방향과 속도로 공이 뻗어나가 골대에 들어간다. “골∼”이라 외치는 박 군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VR을 이용한 수업이 등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최근 협약을 맺고 서울옥수초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VR 스포츠 통합플랫폼 기반의 융합교육’을 추진하기로 한 것. VR 스포츠 통합플랫폼 기반의 융합교육이란 요즘 청소년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VR을 이용해 몸을 움직이며 실감나게 수업을 하는 것. 날씨와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학생들이 몸으로 체험하면서 재밌게 학습할 수 있어 더 높은 학습효과가 기대된다.

 

서울옥수초 학생들은 반별로 매주 한 번 VR 스포츠실에서 VR수업을 받는다. VR수업 현장을 찾았다.

 

VR로 독도 교육을 받는 학생

   

“20m에서 찰래요”

 

VR 스포츠실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시간은 프리킥을 실컷 차는 체육시간. 스크린을 향해 공을 차면 화면에서도 공이 쏜살같이 나아간다.

 

어떻게 가능할까? 공을 차는 곳 위에 5개의 카메라가 달려있다. 학생이 공을 차면 4개의 카메라가 공의 속도, 회전 수, 방향을 인식하고 나머지 카메라는 스크린에 공이 충돌하는 좌표 등을 읽어 날아가는 궤적을 계산한다. 이 계산 값에 따라 화면에 공이 구현되고 움직인다.

 

카메라가 인식한 공의 속도, 높이 등은 공을 차자마자 화면 상단에 표시된다. 학생들은 이 정보를 참고해 공을 차는 자세, 세기, 위치를 조절한다. 4학년 권민성 군은 “몸을 지나치게 접는 잘못된 공차기 습관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VR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실력별로 환경을 바꿀 수도 있다. 학생들이 “20m 거리에서 찰래요” “수비수를 1명으로요” 등 주문을 쏟아내면 선생님이 VR 기기의 옵션을 조절한다.

 

VR 스포츠실에서 수업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

   

눈앞에 범돔이

 

스크린에 흑돔돌고래, 범돔, 바다거북 등 독도에 사는 해양생물들이 헤엄치는 영상이 나타난다. 5학년 학생이 공을 던져 범돔을 ‘탁’ 맞히자 ‘황줄껌정잇과의 바닷물고기’라는 설명이 나타나고 학생들은 설명을 함께 소리 내어 읽는다.

 

VR 스포츠실에선 독도 교육도 이뤄진다. 독도에 서식하는 해양생물과 조류들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화면에서 관심 있는 생물에 공을 던지면 관련 정보가 나타나는 것. 5학년 유아현 양은 “몸을 움직이면서 재밌게 배웠기 때문인지 VR 수업시간의 독도수업 내용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표적 맞히기’ 수업은 2학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팀을 나눠 스크린에 실감나게 떠오르는 풍선을 공을 던져 터뜨리거나 괴상한 우주괴물을 두드려 없애는 것. 학생들은 “A팀 잘해라” “빨리! 빨리!”라며 친구들을 응원하고 작전도 짠다.

 

서울옥수초 이은이 교육연구부장 선생님은 “누구나 쉽게 몸을 움직여 VR 수업시간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 “장애 아동들도 VR시간에는 활발히 참여시켜 친구들과 어울리게 한다”고 말했다.

VR 스포츠실에서는 학년별로 국어, 사회, 수학 등 다양한 교과 수업도 진행된다. 서울옥수초 선생님들이 매달 학년별 문제를 만든다.

 

▶글 사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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