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버스에서 책 읽으며 꿈 찾아요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09-20 21: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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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 누비는 ‘책 버스’, 강원 고성 동행취재

강원 죽왕초를 찾아간 책 버스에서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김수연 대표가 강의를 하는 모습
 
 

산골짜기나 외딴 섬에 자리 잡은 작은 초등학교들은 도서관 규모가 작아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제 때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학생들이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무려 1000권이 넘는 책을 차에 싣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책 읽는 버스’(이하 책 버스)가 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이 2005년부터 운영한 책 버스는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나 큰 도서관이 없는 마을 등을 방문하면서 사람들이 버스에 마련된 다양한 책을 읽도록 하고 책도 기증한다. 책 읽기 운동을 펼치는 단체(사단법인)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은 초등학교 도서관을 인근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만든 ‘학교마을도서관’ 254개를 개설하고, 전국에 작은 도서관 300여 곳을 만드는 성과를 내왔다.

 

강원 고성군 죽왕초를 책 버스가 19일 방문한 현장을 기자가 동행했다. 바닷가에 있는 죽왕초는 전교생이 36명에 불과해 도서관을 제대로 갖추기가 쉽지 않다. 도서관 바닥이 낡아 걸으면 끽끽 소리가 났고, 주위에는 군부대가 많아 탱크의 굉음도 들린다.

 

책 버스에서 책을 읽는 강원 죽왕초 어린이들
 
 

“여기서 살래요”

 

“버스에 책이? 신기해요. 여기서 계속 책 읽을래요.” “버스에 소파도 있네. 여기서 살고 싶다!”

 

오전 9시 책 버스가 죽왕초 운동장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와아아”하면서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읽고 싶은 책을 책꽂이에서 고른 뒤 버스 안 곳곳에서 자유롭게 앉아 책을 읽는다. 소파에 엎드려, 바닥에 누워 책을 읽는 어린이도 있다.

 

학생들은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45인승 버스를 개조한 책 버스에 들어가면 총 책 1000여 권이 꽂힌 책꽂이 4개가 좌우로 서 있다. 바닥엔 푸른 매트가 깔끔하게 깔렸고 소파와 계단식 의자가 설치됐다. TV 모니터, DVD 플레이어도 갖춘 이동식 도서관이다.

 

“이런 책도 있네?” 책장에서 팝업북(책을 펼쳤을 때 입체적으로 그림 등이 튀어나오도록 한 일종의 장난감 책)을 찾은 여자 어린이 3명은 연신 “대박”이라 외치며 책을 읽는다. 4권이나 골라 옆에 쌓아두고 책을 읽기도 한다.

 

책 버스에 구비되는 책은 조금씩 바뀐다. 대부분 스테디셀러(장기간 꾸준히 팔리는 책)이지만 인기 있는 신간들이 계속 추가된다. 경제 학습도서인 ‘빈대가족’ 시리즈 중 한 권을 읽은 5학년 정혜영 양은 “도서관에 빈대가족 시리즈는 있지만 오늘 버스에서 본 이 편은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버스에서 책을 읽으며 학생들은 꿈을 키운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가 꿈인 6학년 강윤정 양은 “버스에서 심리학책을 처음 보았다”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이 분야의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으로 타인의 삶 살아요”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하게 돼요. 책 속에는 몸이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으니까요. 미국의 전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도 책을 많이 읽었기에 흑인 인권을 위해 힘쓸 수 있었어요. 여러분도 앞으로 책 많이 읽을 거지요? ‘책 할아버지’랑 약속해요!”

 

책읽기 시간이 끝나면 책 버스는 강연장으로 변신한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김수연 대표는 이날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의했다. 김 대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독서운동에 힘쓴 사람에게 수여하는 독서문화상 대통령표창을 지난해에 받은 인물. 학생들은 “약속할게요!”라고 외치며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책 버스에선 동화구연가의 멋진 동화 구연도 체험할 수 있다. 이날 동화 구연은 책 버스가 아닌 죽왕초 도서관에서 진행됐다. 죽왕초 안에 있는 유치원의 원생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윤경희 동화구연가는 동화 ‘개구리 왕자’의 뒷이야기를 실감나게 들려주었다. 개구리와 공주 인형을 직접 움직이면서 목소리를 바꿔가며 동화 구연을 하자 어린이들이 빠져들었다. 하던 얘기를 멈춘 그는 “더 궁금하면 도서관에서 개구리 왕자 책을 찾아볼까요”라면서 자연스레 어린이들

이 책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

 

꿈을 싣고 달리는 책 버스. 올해 말까지는 강원 지역을 주로 누빌 예정. 내년부터는 경기, 충청 지역 등을 중심으로 달린다.

 

책 버스 방문 신청 및 문의는 전화(02-515-1178) 혹은 이메일(slibrary@naver.com)로.

 

▶고성=글 사진 이채린 기자 rini1113@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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