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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돋보기]소신 행동인가,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행위인가?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6-09-01 22: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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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 정치신념 밝히는 선수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난데없이 ‘국가(國歌·나라를 대표하는 노래)’ 논란으로 뜨겁다. 한 흑인 미식축구선수가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경기장에서 일어서기를 거부한 채 벤치에 앉아 있음으로써 흑인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는 정치적 신념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와 그린베이 패커스의 시즌 개막 전 시범 경기에서 벌어졌다. 포티나이너스 소속 콜린 캐퍼닉 선수가 경기시작 전 국가가 나오는 동안 그냥 벤치에 앉아 있던 것. 다른 선수들은 모두 바른 자세로 서서 국가를 부르는데 반해 혼자만 벤치에 앉아 있던 캐퍼닉을 향해 일부 관객이 아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캐퍼닉은 국가가 끝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콜린 캐퍼닉. USA투데이
 
 

“흑인 탄압하는 나라는 존경 못해”

 

캐퍼닉은 경기가 끝난 후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에는 존경을 표할 수 없다는 것.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퍼닉은 어렸을 때 백인 가정으로 입양돼 자랐다. 최근에는 미국 경찰에 의해 흑인이 숨지는 일이 수차례 벌어지면서 시작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이름의 흑인 인권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캐퍼닉의 행동에 대해 “운동선수도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의 행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회·정치적 입장을 떠나 운동 실력으로만 겨뤄야 하는 스포츠에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미국의 인권운동단체들은 “미국의 흑인 차별 실태를 고발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두둔(편들어 감싸줌)했다. 반면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캐퍼닉에게 “(국가를 존경하지 않으려면) 나라를 떠나라”고 맹비난했다.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높이 든 토미 스미스(가운데)와 존 카를로스. 타임
 
 

검은 장갑 낀 손을 ‘번쩍’

 

세계인의 이목(귀와 눈)이 집중되는 스포츠 경기에서 흑인 인권 운동을 펼친 것은 캐퍼닉이 처음은 아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는 육상 남자 200m 경기에서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미국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신발을 신지 않고 시상대에 올랐다. 당시 흑인들의 빈곤 문제를 고발하려고 했던 것.

 

시상식에서 미국 국가가 울리자 맨발의 두 선수는 검은색 장갑을 낀 한쪽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자신들이 ‘흑인’이며 흑인들이 빈곤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 문제를 겪고 있음을 아울러 표현하려고 했던 것.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정치적 행동을 했다”면서 스미스와 카를로스를 올림픽 선수촌에서 내쫓고 메달도 빼앗고 취소했다.

 

당시 은메달리스트로서 이들 두 선수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 호주의 백인 선수 피터 노먼 역시 흑인 인권 운동을 지지하는 배지를 가슴에 달아 1972년 뮌헨올림픽에 출전할 권리를 잃었다.

 

2016 리우올림픽 남자 마라톤 시상식에서 ‘X 세리머니’를 펼치는 페이사 릴레사. 리우=AP뉴시스
 
 

폭력 진압 거부하는 ‘X맨’

 

지난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막을 내린 2016 리우 올림픽에서도 육상선수가 정치적 의사표현을 경기에서 했다가 IOC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경기 중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할 수 없다는 IOC 규칙을 어겼다는 것.

 

에티오피아의 육상선수 페이사 릴레사는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결승선을 통과할 때 두 팔을 엇갈려 ‘X’자를 만드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는 “에티오피아 반정부 시위대의 평화적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정부에 반대하는 뜻”이라고 밝혔다.

 

▶서정원 기자 monica89@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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