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슈퍼영웅들이 대결하는 장면. ㈜영화인 제공

   

《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12세 이상)가 700만 관객을 최근 넘기면서 어린이들 사이에도 큰 인기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앤트맨 등 슈퍼영웅들의 모임인 ‘어벤져스’ 안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서 서로 대결한다는 내용.

 

‘인류를 구하고 보호한다’는 목표는 모두 같지만, 그 ‘과정’과 ‘명분’을 두고는 캡틴 아메리카 팀과 아이언맨 팀의 의견이 갈린다. 어벤져스가 지구를 구하는 과정에서 소코비아라는 작은 나라가 희생되면서 아예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숨지게 된 것. 이에 유엔(UN·국제연합)은 “어벤져스에 대한 규제가 이젠 필요하다”면서 어벤져스를 유엔에 소속되도록 하여 유엔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서만 어벤져스가 출동해 활약하도록 하는 ‘소코비아 협정’을 만든다.

 

아이언맨은 이 협정에 서명한다. 인류를 진정으로 구하려면 인류의 대표격인 유엔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 것.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영웅들은 스스로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 자유를 구속받으면서 인류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모순”이라며 서명을 거부한다.

 

자, 여러분은 둘 중 누구의 의견에 더 공감하는가. 현재 지구상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문제들을 두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가상 토론을 펼쳤다. 》

 

 

캡틴 아메리카(왼쪽)아이언맨(오른쪽)

   

캡틴 아메리카 “IS를 뿌리 뽑아야 해”

 

캡틴 아메리카 어이, 토니(아이언맨의 이름)! 우리는 지금 당장 시리아로 출동해 그곳에 본거지를 둔 이슬람국가(IS·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뿌리째 뽑아버려야 해. 프랑스 파리, 벨기에의 브뤼셀 등 세계 곳곳에서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며 수많은 민간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테러 단체잖아.

 

아이언맨 오, 캡틴! 우리는 신중해야 해. IS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소코비아와 같은 처참한 결과가 나오지 말란 보장이 있어? 만약 시리아의 죄 없는 민간인들이 희생되면 국제사회는 우리 어벤져스를 비난하게 될 거야. ‘무법자들’이라면서. 그러니 소코비아 협정에 서명하라고! 유엔의 결정으로 우리가 IS를 공격한다면, 만에 하나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우리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진 않을 거야. 국제사회가 결정한 바에 따른 행동이었으니까 말이야.

 

아이언맨 “북핵 제거, 국제사회 뜻에 따라”

 

캡틴 아메리카 토니, 그렇지 않아. 비록 안타까운 희생자가 생기더라도, 협정에 발이 묶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인류를 구하는 일을 우리가 멈춰선 안 된다고. 북한 핵문제를 한번 생각해 봐. 올해 1월 북한이 핵 실험과 로켓 발사를 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대외적인 경제활동을 차단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려 했어. 그런데 북한과 가까운 러시아, 중국이 반대해서 북한을 약하게 제재하는 데 그치고 말았지. 인류가 북핵으로 위협받는데 우리는 유엔만 바라보면서 국제사회가 합의를 이끌어내기만을 천년만년 기다려야 할까? 가장 효과적으로 인류를 구하는 방법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 움직이는 거야.

 

아이언맨 그렇지 않다고. 만약 어벤져스가 출동해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해버린다고 가정해보자. 북핵 위협 자체는 사라지겠지만,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이 이를 두고 의견 충돌을 벌이면서 국제사회는 엄청난 혼란과 반목에 휩싸일 거야. 이것이야말로 인류에게 큰 위협이지.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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