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난자, 자궁 밖에서 만나다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체외수정을 통해 강아지가 태어났다. 체외수정이란 암컷의 자궁 안이 아니라 몸 밖에서 난자와 정자를 만나도록 하여 수정시킨 다음 이 수정란(난자와 정자가 만나 합쳐진 것)을 다시 자궁에 넣어 임신시키는 것을 말한다.
미국 코넬대 제니퍼 나가시마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은 최근 국제 과학학술지 플로스원에 “세계 최초로 체외수정을 통해 강아지를 탄생시켰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이 태어나게 한 강아지는 모두 7마리. 비글 종 암컷의 난자와 코카스패니얼 종 수컷의 정자에서 태어난 2마리와, 비글 종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켜 태어난 5마리다.
체외수정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질까? 이 기술은 앞으로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
유난히 체외수정 어려운 ‘개’
체외수정 이후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하는 모습. 코넬대 홈페이지 캡처 |
개의 체외수정은 사람에게 있어 ‘시험관 아기’라 불리는 기술과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자궁 안에 채취한 정자를 넣어 수정시키는 ‘인공수정’과는 달리 수정이 몸 밖에서 이뤄지는 것.
개 암컷의 몸에서 난자를, 수컷의 몸에서 정자를 빼내 시험관 안에서 수정시킨다.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일으켜 여러 개의 세포가 된 것을 ‘배아’라 한다. 연구진은 19개의 배아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냈고, 이를 암컷 개의 임신 시기에 맞춰 자궁에 넣었다. 이중 7개의 배아가 강아지로 성장해 태어난 것이다.
소, 돼지, 토끼 등 다른 동물은 체외수정이 이미 성공했지만, 유난히 개의 체외수정은 늦어졌다.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이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유전자가 같은 또 다른 개를 만들어내는 ‘체세포 복제’ 기술을 2005년에 성공시킨 것과 비교된다. 왜 그럴까?
개의 난자는 다른 동물과 달리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난소(난자를 만들어내는 기관)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덜 자란 난자를 시험관에서 성숙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정자와 난자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성공률을 80∼90%까지 높였다.
우선 덜 성숙된 난자를 하루 정도 더 암컷의 나팔관(난소와 자궁을 연결하는 부분)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수정이 될 때의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마그네슘 성분을 넣어 정자가 더 빠르고 쉽게 난자와 만날 수 있게 했다.
“멸종위기종 구할 것”
개의 체외수정 기술을 앞으로 어떻게 쓰일까?
연구진은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번식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개뿐 아니라 늑대, 여우처럼 개의 친척 격인 동물의 번식에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
체외수정은 강아지가 생겨나기 전에 유전자의 결함을 미리 알아내 특정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기술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사람과 개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약 350개의 장애를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개의 체외수정을 통해 흠이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하면 나아가 사람의 질병과 장애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도움말=국립축산과학원 이승훈 농업연구사(농학박사)
※ 한뼘 더
체외수정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질까요? 다음 보기를 순서에 맞게 나열해보세요.
ⓛ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만나게 해 수정란을 만든다.
② 암컷의 몸에서 난자를, 수컷의 몸에서 정자를 빼낸다.
③ 배아를 암컷 개의 자궁에 넣어 임신시킨다.
④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거쳐 배아가 된다.
⑤ 자궁 안에서 자란 강아지가 태어난다.
※정답 ②-ⓛ-④-③-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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