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연주하는 뤼카 드바르그(위쪽)와 조성진. 뉴시스·유튜브 캡처

올여름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러시아 출신 연주자가 피아노 부문 1∼3위를 휩쓸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주인공은 4위를 차지한 프랑스의 뤼카 드바르그(25)다. 순위에 상관없이 개성적인 해석으로 ‘역대급’ 연주를 들려준 그에게 관중은 열광했고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집에 피아노가 없는 피아니스트’의 인생 드라마가 알려져 감동을 주었다.

드바르그는 11세에 친구가 피아노 치는 것을 처음 들은 뒤 거의 독학(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혼자서 공부함)으로 연주를 익혔다. 한때 건반과 멀어져 17세부터 3년간 슈퍼마켓에서 일했다. 우연히 고향 축제에서 연주 요청을 받고 다시 건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재즈 클럽에서 ‘연주 아르바이트’로 대회 참가비를 마련한 그는 전 세계로 생중계된 연주 덕분에 클래식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12세에 데뷔한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처럼 콩쿠르를 거치지 않고 재능을 나타낸 사례도 있지만 국제 콩쿠르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여전히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다. 대회가 방송과 인터넷에 생중계되면서 심사위원단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재능과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기 때문. 피아니스트 조성진(21)도 최근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 첫 우승을 거머쥐면서 음악계 별로 발돋움했다. 채점표 공개 이후 한 심사 위원에게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을 받고도 우승한 사실이 드러나 화제를 모았다.

그는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나지 않고 고교 2학년 때에야 프랑스로 건너간 ‘국내파’ 연주자다. 자식을 음악가로 성공시키겠다며 자신의 삶을 전부 쏟아 붓는 부모들과 달리 회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가 ‘성진이 생각’이라며 앞에 나서지 않는 모습도 호감을 사고 있다. 덕분에 11월에 나올 콩쿠르 실제 상황을 녹음할 앨범은 음반시장에서 예약판매만으로 아이유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최초로 클래식 음반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내년 2월 열리는 쇼팽 콩쿠르 갈라 콘서트(축하하기 위하여 벌이는 공연)에 대한 문의도 폭주하고 있다. 극성 부모가 만들어낸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한 드바르그와 조성진, 올해 콩쿠르가 낳은 최고의 스타들이다.

동아일보 10월 30일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