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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눈높이 사설]고려나전과 버킨백에 담긴 장인정신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5-08-04 23: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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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의 버킨백(오른쪽)과 고려의 나전 국화덩굴 문양 원형합. 동아일보 자료사진·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미국 어떤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이 가방을 사기 위해 스타 이름을 빌렸다 망신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당 1000만 원대에서 억 단위까지 훌쩍 넘어가지만 가방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돈만 가지고는 사기 힘든 탓이다.

 

이 가방의 이름은 영국 가수 제인 버킨의 이름을 따서 만든 ‘버킨백’. 최근 버킨이 악어가방에 필요한 가죽을 얻는 과정에서 벌어진 동물 학대에 충격을 받아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됐다.

 

버킨백은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켈리백’과 더불어 1837년 세워진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상징한다. 이 회사에선 버킨백은 물론이고 넥타이 같은 소품을 만들 때도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구의 손길에서 만들어졌는지 제품에 표시하는 것도 장인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서다. 영국 신문 가디언에 따르면 에르메스 장인 1명의 경제적 가치는 50억 원에 이른다.

 

서울 리움미술관의 ‘세밀가귀(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전에 가면 우리나라 옛 장인의 혼이 담긴 나전(빛이 나는 조개껍데기 조각을 붙여서 장식하는 기법)을 볼 수 있다. ‘세밀가귀’란 12세기 중국 송나라의 사신이 고려 나전을 보고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고 말한 데서 따온 말이다.

 

자체 소장품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 국내외 40여 곳에서 모은 도자, 회화 등 많은 유물 중 고려 때 나전경함은 눈부시게 빛이 나고 정교함을 뽐낸다. 전통미술의 특징을 ‘소박함’만으로 좁게 해석하는 시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고려 왕실은 나전 장인에게 특히 노력을 기울였다. 국가가 관리하는 공예품제작소의 나전 장인은 1년에 300일 이상 일하는 조건으로 쌀 7석을 받았다. 한 해 어른 1명이 먹는 쌀을 1석으로 치는데 일곱 명이 충분히 먹고살 만한 양식을 챙긴 것이다.

 

나라의 적극적인 지원에 나전장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최고의 명품으로 답했다. 유교가 지배한 조선시대에 기술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고려 나전의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한 장인의 숨결과 위엄도 사그라졌다.

 

동아일보 8월 3일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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