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하라 타워가 무너진 모습. AP뉴시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25일(현지 시간) 일어난 규모 7.8의 강력한 지진으로 숨진 사람이 수천 명인 가운데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도 여럿 파괴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미국의 일간신문 뉴욕타임스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네팔의 카트만두 계곡 지구의 문화유산 7곳 가운데 4곳이 심하게 파괴됐다”고 전했다. 특히 네팔의 문화유산들이 대부분 벽돌로 쌓아진 건축물이라 지진에 약했던 점도 피해를 더욱 키웠다.

네팔은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기준으로 699달러(약 74만 원)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이다. 그러나 중세에는 찬란한 도시문명과 종교문화를 완성한 문명국이었다. 네팔은 15세기 말라 왕조 때 도시가 형성된 때부터 18세기 쿠르카 왕조의 유적 등 갖가지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네팔은 지리적으로 인도와 티베트의 중앙에 위치해 두 나라를 유일한 무역 통로 중심지로 많은 부를 쌓았다. 또 고대 왕조의 유적과 함께 인도의 힌두교와 티베트의 불교가 합쳐진 독특한 문화가 빚어낸 유적들이 많다. 이번 지진으로 안타깝게 무너진 문화유산 중 대표적인 3가지를 살펴보자.

다라하라 타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라하라(빔센) 타워는 내부의 213개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힌두교의 신 ‘시바’의 제단으로 이어지는 62m의 9층 건물이다. 탑 꼭대기에는 힌두교의 시바 신 형상이 있다.

이슬람(7세기 초 아라비아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완성시킨 종교) 문화권의 미나레트(이슬람의 예배드리는 장소인 모스크의 탑)와 비슷하게 생겼다.

처음에는 군사적 목적으로 1832년 네팔 첫 총리인 빔센 타파가 세운 이 건축물은 1934년 대지진으로 한 차례 무너져 다시 복원됐다가 이번에 다시 붕괴됐다.

한때 네팔 왕이 즉위식(왕이 왕위에 오르는 것을 알리는 행사)을 하던 장소로 카트만두의 중요 문화재이자 가장 큰 관광지이다. 빔센 타워에는 8층에 시내를 내려다보는 전망대가 있어 지진 당시 많은 관광객이 몰렸기에 이곳에서만 100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보드나트 스투파가 무너지기 전 모습. 인디고고

보드나트 스투파

보드나트 스투파(불탑)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불탑이다. ‘보드’는 ‘깨달음’, ‘나트’는 ‘사원’이란 뜻이다.

5세기(401∼500년) 경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높이가 38m이며 흰색 외벽에 감긴 오색 깃발이 휘날린다. 카트만두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기념품에 그려진 눈은 보드나트 불탑에 그려진 ‘부처의 눈’을 옮긴 것.

13개 층으로 이뤄진 보드나트 스투파의 첨탑은 불교에서 인간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거쳐야하는 13단계를 상징한다.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의 시바 사원이 무너지기 전 2013년 9월에 찍힌 모습(위)과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모습. 신화통신 뉴시스

시바 사원 탑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에 있는 시바 사원 탑도 큰 피해를 입었다.

3층 지붕을 포함해 총 9층인 시바 사원 탑은 1690년 박타푸르의 왕 부파틴드라말라가 세웠다. 겉모습은 불교 사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힌두교 사원이다. 탑 위에는 작은 시카라(포탄형의 높은 첨탑)가 세워져 있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