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구온난화(지구의 온도가 오르는 현상)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식물 플랑크톤이 오히려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앞당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식물 플랑크톤은 광합성(햇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을 만듦)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물속 생물.

국내 포항공과대 국종성 환경공학부 교수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독일 기상학연구소와 함께 북극의 온도 변화를 연구하니 ‘식물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것보다 햇빛을 흡수해 온도를 높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대체 플랑크톤이란 뭘까?

물속에 눈이 내려?

‘플랑크톤(plankton)’은 그리스어로 ‘방랑자’라는 뜻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능력이 없거나 매우 약해 그저 물속에 떠다니는 생물이다.

플랑크톤은 크기에 따라 5가지로 분류된다. △0.2㎛(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를 나타내는 단위) 미만은 ‘펨토 플랑크톤’ △0.2∼2㎛ 미만은 ‘초미소 플랑크톤’ △2∼20㎛ 미만은 ‘미소 플랑크톤’ △20∼200㎛ 미만은 ‘소형 플랑크톤’ △200㎛ 이상은 ‘대형 플랑크톤’.

또 플랑크톤은 영양분을 섭취하는 방법에 따라 식물 플랑크톤과 동물 플랑크톤으로 분류된다. 식물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필요한 영양분을 만든다. 동물 플랑크톤은 식물 플랑크톤이나 다른 생물의 박테리아를 먹는다.

플랑크톤은 죽으면 덩어리가 되어 바닥에 가라앉는다. 그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는 장면을 연상케 해 ‘마린 스노(marine snow)’라고 한다.

지구관측장치인 ‘랜드셋7’이 촬영한 식물 플랑크톤이 대거 모인 모습

플랑크톤이 만든 산소

사람은 플랑크톤으로부터 산소의 상당량을 얻는다. 식물 플랑크톤은 햇빛을 받아 물에 있는 이산화탄소, 물과 결합해 포도당을 만든다. 이때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식물 플랑크톤이 산소를 내뿜는 것.

대기 중에 포함된 산소의 70%는 식물 플랑크톤이 만든다. 나머지 30%는 숲, 해조류가 생산한다. 즉, 우리가 숨을 쉬는 데 식물 플랑크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섭취하는 모든 물속 생물이 먹는 영양분도 플랑크톤에서 출발한 것이다. 식물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동물 플랑크톤은 모든 물속 생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동물 플랑크톤이 풍부해야 알에서 깬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물고기들이 잘 자랄 수 있다.

최근 플랑크톤의 일종인 클로렐라가 건강식품으로 인기다. 클로렐라에는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 과학자들은 “플랑크톤 자체가 미래에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이 푸르게 변해요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물속 온도가 높으면 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많아진다. 그래서 녹조와 적조가 생긴다. 녹조는 강이나 하천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 적조는 바다가 붉게 변하는 현상이다.

이때 식물 플랑크톤을 먹으며 동물 플랑크톤이 늘어나는 속도가 다른 수중생물이 동물 플랑크톤을 먹어치우는 속도보다 빠르다. 그래서 동물 플랑크톤이 물에 녹은 산소를 들이마셔 다른 생물이 호흡할 산소가 부족해진다. 결국 녹조, 적조가 나타나면 많은 물고기가 한꺼번에 숨지는 현상이 잇따른다.

▶공혜림 기자 hlgong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