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대왕인 태조부터 25대왕인 철종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역사책 조선왕조실록을 소재로 한 웹툰 ‘조선왕조실톡’이 한 회당 평균 조회수가 132만 회에 달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가 무적핑크(본명 변지민)가 그리는 ‘조선왕조실톡’은 조선왕조실록 속 인물의 대화를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 채팅 형식으로 나타낸 웹툰. 네이버 웹툰에 매주 수, 일요일 연재되고 있다.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역사 이야기가 어떻게 흥미로운 만화로 태어나게 됐을까? 동아어린이기자인 서울 영등포구 서울여의도초 5학년 강동원 군과 서울 강서구 서울공항초 4학년 손예진 양이 웹툰 작가 변지민 씨를 그가 소속된 만화제작사 사무실에서 최근 만났다.

 

 

역사인물 친근하게

 

“전하 오늘은 무엇을 잡수시고 싶으신지요?”(상궁) “고기가 좋겠구나.”(세종대왕)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한글을 만든 조선 4대왕 세종은 고기 없이는 밥을 먹지 않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다. 이런 역사 이야기는 세종의 식사를 담당하던 상궁과 세종의 카카오톡 대화로 웹툰에 표현됐다. 어떻게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카카오톡 채팅으로 꾸밀 생각을 했을까?

 

“조선왕조실록은 왕과 세자, 왕과 신하, 신하와 신하 등 여러 사람이 대화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있지요. 쭉 읽다보니 요즘 우리가 쓰는 ‘카카오톡 대화 기록’ 같다는 생각이 들어 카카오톡의 형식을 빌려 웹툰으로 그리게 되었답니다.”(변 씨)

 

변 씨는 고등학생 때 ‘정조가 잘생기고 똑똑한 왕’이라는 사실을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난 뒤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그는 “역사 속 인물의 권위 있는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에 더 매력을 느꼈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조선왕조실톡에는 편식을 한 태종, 원숭이와 낙타 등 동물을 사랑한 성종, 발목을 심하게 다친 어린이를 위해 수사를 지시한 중종 등 왕의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웹툰 ‘조선왕조실톡’에서 고기를 좋아하는 세종이 나오는 장면. 와이랩 제공

 

늘 공부하는 작가

 

현재 서울대 시각디자인과에 재학 중인 변 씨는 대학교 1학년 때인 2009년에 웹툰 ‘실질객관동화’를 통해 웹툰 작가로 데뷔한다. 평소 만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아마추어 작가들이 웹툰을 올리는 게시판인 ‘네이버 도전만화’에 웹툰을 올렸고 인기를 얻어 정식 웹툰 작가가 된 것.

 

손 양이 “어린이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변 씨는 “웹툰은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그릴 수 있다”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재미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온라인 어디든 올려 좋은 반응을 얻으면 ‘웹툰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만화가를 꿈꾸셨나요?” (강 군)

 

변 씨는 “그림은 좋아했지만 만화가를 꿈꾸진 않았다”고 답했다. 고등학생 때 모의고사 성적 1, 2등급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고 장래희망은 변호사였다. 그러다 ‘나에게 맞지 않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고민을 했다고.

 

이때 담임선생님이 “넌 그림을 잘 그리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니 그림을 그리면서 공부하는 직업인 ‘디자이너’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조언했고 이를 따라 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지원한 것.

 

그는 웹툰을 그리면서 열심히 배경지식에 대한 공부를 한다. 그동안 조선왕조실톡을 그리면서 읽은 역사책만 40권 가량 된다고.

 

“역사를 공부하면서 역사 웹툰을 그렸듯이 다음 작품도 제가 공부하면서 그릴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싶어요. 어린이 여러분이 좋아할 수학, 과학 학습 웹툰도 좋겠네요.” (변 씨)

 

▶글 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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