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암살(몰래 사람을 죽임)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충돌하는 와중에 23일 새벽 북한의 거의 모든 인터넷이 일제히 다운됐다가 10시간 만에 복구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인터뷰’ 제작사인 소니픽처스를 해킹(Hacking·다른 사람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데이터와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빼내는 일)한 범인으로 북한을 지목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공격에 비례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미루어 미국 정부 또는 민간 해커들의 보복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언론의 추정대로 중국이 북한의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을 수도 있다. 결말을 지켜봐야겠지만 북-미의 사이버 충돌은 새로운 모습의 대결이다.
북한은 오바마의 발언에 발끈해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해 매우 강경(굳세게 버티어 굽히지 않음)하게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북은 사이버전쟁에선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강국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정책적으로 사이버전쟁 인력을 키워 6000여 명의 해커 인력을 보유한 북한에 비해 우리의 사이버 안보는 열악하다. 한국군의 사이버 인력은 600여 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사이버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사이버 안심국가’ 등 허울뿐인 대책을 내놓는 것에 급급해서는 북한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미 세계는 총성 없는 사이버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러시아를 겨냥해 에스토니아 동부 도시 타르투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사이버전쟁 훈련을 했다. 미국과 중국은 사이버 침투를 놓고 여러 차례 공방(서로 공격하고 방어함)을 벌였다.
최근에는 설계도면 등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내부 자료가 해킹을 통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번 사건을 원전뿐 아니라 국가 핵심시설 전반에 대한 사이버테러에 철저히 대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수원 해킹이 북의 소행이라면 미국처럼 몇 배로 응징(잘못을 깨우쳐 뉘우치도록 나무라거나 제재함)할 수 있는 사이버전쟁 능력을 서둘러 키워야 할 것이다.
※상식UP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련(지금의 러시아)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1949년 미국, 캐나다, 유럽 10개국 등 12개국이 참여해 만든 집단방위기구.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으며, 현재 가입국은 28개국이다.
동아일보 12월 24일자 사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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