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웹툰 서비스를 선보인지 올해로 10주년이 됐다. ‘웹툰(Webtoon)’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뜻하는 카툰(cartoon)의 합성어. 다음은 2003년에 웹툰서비스 ‘만화 속 세상’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 10년 동안 웹툰은 빠르게 성장해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웹툰의 매력은 무엇일까? 또 우리나라에서 웹툰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만화작가 되기 쉽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포스터(왼쪽)와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

우리나라에서 웹툰이 성공한 이유는 훌륭한 인터넷 인프라(시설 및 기반)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에는 500여 명의 전문 웹툰 작가가 있으며 매일 25개 정도의 새로운 웹툰이 올라온다. 대부분 무료다. 또 웹툰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웹툰이 나오기 전에는 만화작가가 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유명 만화가의 제자로 들어가 도제식 수업(제자가 스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기술이나 지식을 배우는 방식)을 거친 뒤 데뷔할 수 있었다.

 

웹툰 ‘뽈스토리’의 한 장면

이제는 누구나 블로그나 포털사이트 웹툰 작가 데뷔 코너에 자신의 작품을 올릴 수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그림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만화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아마추어 작가들은 매일 포털사이트에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가진 직업이 다양하다. 웹툰 ‘뽈스토리’ 작가는 현직 경찰관, 네이버 웹툰 ‘매지컬 고삼즈’의 작가는 현직교사, 다음 웹툰 ‘달이 내린 산기슭’의 작가는 지질학 박사, 다음 웹툰 ‘오! 솔로’의 작가는 현직 농부다. 웹툰에서 다루는 소재와 배경도 다양해졌다.

 

인기가 많은 웹툰은 캐릭터 상품이나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네이버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총 37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같은 이름의 다음 웹툰을 영화로 만들었는데, 65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

 

배경음악 흐르고 영상기법까지

 

웹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

웹툰이 종이만화와 차별화되는 점은 마우스 스크롤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 읽는다는 점. 이에 작가들은 책에서는 불가능한 창의적인 연출을 할 수 있다. 줌인(zoom in·촬영물에 가까이 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촬영하는 것), 줌아웃(zoom out·촬영물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촬영하는 것), 페이드인(fade-in·화면이 처음에 어둡다가 점차 밝아지는 것), 페이드 아웃(fade-out 화면이 처음에 밝았다가 점차 어두워지는 것)과 같이 영화에서 쓰이는 기법도 적용할 수 있다. 또는 웹툰에 소리나 음악을 넣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자, 웹툰도 이에 맞춰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부분의 웹툰은 스마트폰으로 읽히고 있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 화면에 맞춰 웹툰을 그리는 작가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작가들이 그린 웹툰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웹툰이 연재되면 세계 각국의 팬들이 영어, 필리핀어, 터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번역돼 만화공유사이트에 올린다. 이는 저작권법에 걸리는 행동이긴 하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웹툰이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올해 4월 열린 ‘영국 런던 도서전’에서는 웹툰 ‘미생’를 그린 윤태호 작가(45)의 팬 미팅에 수백 명의 외국인이 몰려들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영신 기자 ly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