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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문예상 연말 장원/산문]멀고도 가까운 이웃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4-01-06 22: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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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강원 강릉시 율곡초 6)

[2013 문예상 연말 장원/산문]멀고도 가까운 이웃

“안녕하세요….”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인사를 쉽게 하게 된 것도 아니다. 인사를 하기 전 내 마음은 이랬다저랬다 하며 갈등하고 있었다. ‘할까? 말까?’하며 말이다. 이렇게 고민하다가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소리가 기어들어갔던 것이다. 그래서 말이 나오는 순간 나는 정말 놀랐다.

 

나는 이웃과 대화하는 것, 인사하는 것,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는 것조차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어서? 낯을 심하게 가려서? 모두 아니다. 나는 이사 온지 5년이나 되었다. (중략)

 

좁은 공간에 있을 때에는 더 심하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에는 침묵만이 흐른다. 나만 어색해 하는 것이 아니다. 엘리베이터나 현관에서 지나쳤을 때에는 모두 헛기침을 하거나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런데 그 중 나와 제일 불편한 이웃이 있다.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나와 우리 가족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 도착했을 때 갑자기 강아지가 뛰어나왔다. 나는 강아지를 싫어하고 무서워하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란 나머지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그 바람에 우리 가족은 조금 기분 나빠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그런데 그 이웃은 목줄도 안하고 안지도 않고 나왔으면서 강아지 때문에 운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 일로 우리 가족과 그 이웃은 인사도 하지 않고 어색한 상태로 지냈다. 5년이 지나가는데도 아직 어색한 기류가 남아 있다. 그 가족을 만나고 나면 마음속에 꼭 조그마한 돌 같은 것이 박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요즘 이웃 사이에서 나는 작은 배려를 발견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보게 된 종이 한 장에서 말이다. 그 종이에는 공사를 해서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공사기간이 얼마나 될 것이며 낮 시간에 하도록 하겠다는 글이었다. 공사를 얼마나 크게 하는지 9층에서 하는 공사 소리가 13층인 우리 집까지 들렸다. 하지만 양해를 구해서인지 짜증이 나지 않았다. 아마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면 나는 짜증이 났을 것이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웃들은 짜증이 났을 것이다. 공사를 하는 이웃은 양해를 구했고, 또 다른 이웃은 양해를 받아들이면서 시끄러운 공사 소리를 참는 등 작은 배려를 서로 나누었다. 이렇게 조그마한 배려로 시작해서 점차 큰 배려를 실천한다면 이웃간의 갈등은 사라질 것이다.

 

심사평ㅣ산문

 

2013년에도 세상은 요란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이 점점 드물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이 깊고, 마음이 맑은 어린이들은 변함없이 글을 쓰고, 책을 읽은 한 해였습니다.

 

장원 작품인 ‘멀고도 가까운 이웃(김지윤·강원 율곡초 6)’은 짧지만 생각의 흐름이 논리정연하며, 감동의 울림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같은 어색한 장소에서도 항상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소수의 이웃들’의 아파트 단지에서 주인공의 가족은 5년이 지나가는데도 아직 어색한 기류가 남아 있고 그래서 ‘마음속에 꼭 조그마한 돌 같은 것이 박혀 있는 것 같은 이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작은 일로 그 관계가 풀어지지요. 이 작품을 읽고나면 어른들은 누구나 얼굴이 붉어질 것입니다. 잔잔한 감동과 함께 교훈과 안정된 문장이 미덕인 작품이지요.

 

우수작품인 ‘전자레인지의 따뜻한 마음(김기현·인천서면초 5)’에서는 이런 멋진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집에서 TV나 냉장고처럼 관심을 많이 받고 멋져 보이는 가전제품은 아니지만 저는 이 전자레인지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차가운 금속성의 물건에서조차 ‘사람의 정’을 발견하는 ‘예민한 감각’이 있는지 반성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또 한 편의 우수작품인 ‘신발(김승민·경기 운천초 4)’에서는 우스우면서도 마음 한 편이 살짝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은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아 자꾸 발이 커져서 (중략) 나는 얼른 커서 형에게 신발을 물려주고 싶다.’

 

지금 당장은 책 대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는 게 즐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결국은 책과 글쓰기를 가까이 한 어린이의 삶과 미래가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노경실 동화작가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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