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부지역을 거세게 들이친 슈퍼 태풍 하이옌은 거칠고 잔인했다. 하루 사이에 공항, 도로, 항구 등 삶과 문명의 흔적을 거의 깡그리 지워버렸다. 무너진 집들과 뿌리 뽑힌 나무들이 뒤죽박죽이 된 도시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됐다. 폐허 속에 시신들이 흩어져 있고 거리에는 가족 잃은 사람들의 울음소리와 절망만이 가득하다.
미국 해군의 관측 자료에 따르면 이번 태풍의 순간 최대풍속은 1시간에 378km로, 관측 사상 세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직격탄을 맞은 레이테 섬과 사마르 섬에서만 12일 오전 현재 최소 1만200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특히 부상자 중 어린이가 많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현지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사망자의 40% 정도가 어린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국경이 있을 수 없다. 미국과 호주 등 세계 각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필리핀을 돕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한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1949년 국교를 맺은 한국과 필리핀은 ‘피를 나눈 형제국’이다. 필리핀은 6·25전쟁 때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지상군을 파견했다. 그때 참전(전쟁에 참가함)한 7420명 중 112명이 이 땅에 고귀한 생명을 바쳤다.
힘들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우리를 도와준 우방(우호적인 나라)에 대한 보은(은혜를 갚음) 차원에서라도 피해 지역의 구호활동과 복구 작업에 정성껏 힘을 보태야 한다.
자연이 몰고 온 재앙 앞에서 고통 받고 있는 필리핀이 신속한 복구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길 기원한다.
동아일보 11월 11일자 사설
정리=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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