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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눈높이 사설]누가 이 여성을 도와줄까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3-04-10 03:3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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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누가 이 여성을 도와줄까

최근 전남 목포에서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20대 여성이 옷을 벗은 채 큰 길을 걸어 다녔다. 거리를 지나던 사람 50여 명과 수십 개 상점 주인이 이를 목격했다. 이 길을 지나친 수백 대의 차량 운전자도 역시 민망한 상황을 지켜봤을 것이다.

 

이때 상점 종업원 이모 씨(29) 한 사람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당시 셔츠 차림이었던 그는 지나가는 다른 여성에게 “점퍼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한편, 여성 옷을 파는 가게를 세 곳이나 찾아가 “저 여성을 도와달라”고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이 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속옷을 사서 입히고 경찰 점퍼로 몸을 가려 차에 태우고 나서야 소동은 진정됐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 10여 명이 이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배달 가다 오토바이를 멈추고 촬영에 빠진 사람도 있었고, 차를 타고 뒤쫓아 가며 찍은 동영상도 인터넷에 떠돈다.

 

1964년 미국 뉴욕에서는 20대 여성 제노비스가 괴한(행동이나 차림새가 수상한 사내)의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가 자기 아파트 주변 큰 길에서 범인에게 쫓기는 35분 동안 이웃 주민 38명이 창문을 통해 이를 보았지만 아무도 신고하거나 도와주지 않았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행동의 원인을 사건에 끼어들기 싫어서, 자신이 아니라도 누군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목포 사건은 어떻게 보면 제노비스 사례보다 더 나쁘다. 수많은 사람이 남의 어려움을 지켜만 보는 것도 비난받을 일인데 이를 눈요깃거리로 써먹었다. 스마트폰 하나면 그 자리에서 사이버 세상을 향해 사진과 동영상을 보낼 수 있는 이 시대의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동아일보 4월 8일자 이동영 사회부 차장 칼럼

 

※한뼘 더

학교에서 친구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적어보세요.

 

 

▶정리=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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