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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문예상 3월 장원/산문]은행이 제일 안전해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3-04-03 0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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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하(강원 강릉시 율곡초 5)

[2013 문예상 3월 장원/산문]은행이 제일 안전해

내 방에 있는 내 곰돌이 저금통과 동생의 돼지 저금통이 싸우고 있다. 자신의 몸속에 든 돈이 더 많다면서 싸우고 있다. 하지만 항상 내 곰돌이 저금통이 동생의 돼지 저금통에게 진다. 나는 매일 열심히 모으고 또 모았는데 저금통을 열어 보면 동생 돈이 더 많다. 그렇다고 동생에게 누가 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매일 100원, 300원씩 늘어나는데 내 돈이 적다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범인은 바로 깜찍한 내 동생이었다. 유치원생인 내 동생이 가끔씩 과자가 먹고 싶으면 자기 저금통에서 돈을 빼가지 않고 내 저금통에서 빼갔던 것이다.

 

그런데 내 돈이 또 사라지는 사건이 생겼다. 그 범인은 바로 엄마였다. 그래서 나는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세뱃돈을 받아서 이 돈을 어떻게 하지? 저금통에 넣었다가 누가 통째로 가져가면 어떻게 해? 저축은 또 어떻게 하지?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엄마가 느닷없이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엄마한테 돈 맡길래? 엄마가 집에 가면 꼭 줄게. 놀다가 잃어버리면 어떡해.”

 

엄마가 날 꼬드긴다는 것을 짐작하면서 나는 그 꼬드김에 넘어가고 말았다. 집에 가서는 그 돈을 까먹고 말았다. 그런데 그 다음 날에 기억이 나서, 엄마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엄마! 내 돈! 빨리!”

 

엄마의 대답은 허무했다.

 

 

“돈? 무슨 돈? 엄만 기억이 안 나는데.”

순간 난 말이 안 나왔다. 오! 마이! 갓! (…중략…)

 

그날 이후 나는 통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중략…)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라 서류가 필요했다. ‘가족관계증명서’라는 것이 필요해 동사무소까지 가야했다. 내가 통장을 못 만들어서 투덜거리고 있는데 우리 엄마는 은근히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런 엄마의 표정을 보니 귀찮아도 포기하지 말고 통장을 만들겠다는 결심이 더 굳어졌다. 잠깐은 그냥 포기하고 저금통에나 넣을까도 생각했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매달려 통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깨끗한 통장에 내 돈이 입력되어 있을 땐 정말 내 자식을 키우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을 지키지는 못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도 아닌 바로 우리 가족에게 돈을 빼앗겨봤으니 이 결심이 꽤나 오래 갈 것 같다. 그리고 내 통장에 돈을 저축했다는 사실이 난 무척 좋다.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안심이 되면서 긴장이 풀리고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략…)

 

※심사평

 

유머와 자기 감정 생생해

 

장원인 ‘은행이 제일 안전해!’(이윤하·강원 강릉시 율곡초 5)는 빠르게 읽으면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지요.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인식, 돈에 대한 자세,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해 나가는 작은 시도 등이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유머와 자기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우수작인 ‘누나의 생일파티’(한범희·서울 은평구 선일초 6)는 진심으로 누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러면서도 글의 마지막을 ‘나는 누나에게 필통 세트를 선물해 주었다. 다행히 누나가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서 기뻤다. 내 생일 때는 야구 모자를 사달라고 해야지!’라고 맺어 웃음을 안겨주었지요.

 

또 한편의 우수작인 ‘봄날의 향기가 솔솔’(박수정·서울 강서구 서울정곡초 5)은 서정적인 제목만큼이나 잔잔하게 자신의 성장과 자신 밖의 세상에 대한 변화에 대해 써내려갔습니다. 글쓴이의 정신적인 성숙함과 깊은 사색의 힘이 드러나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노경실 동화작가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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